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13개국을 대상으로 임시보호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 TPS)을 종료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2025년 3월 기준 TPS 수혜자 130만 명 중 약 100만 명이 영향을 받게 됐다.
TPS는 1990년 이민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연방 인도주의 프로그램으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으로 인해 본국 귀환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게 6개월에서 18개월간 추방 위협 없이 미국에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자격을 얻으려면 신청 당시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이어야 하며, TPS 지정 국가 출신이어야 한다.
TPS 지정은 통상 연장이 가능하며, 실제로도 대부분 연장돼왔다. 프로그램 시행 이후 지금까지 약 30개국이 TPS 지정을 받았으며, 일부 국가는 여러 차례 지정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재취임할 당시 TPS 지정국은 17개국이었다. 이후 행정부는 이 중 13개국에 대해 지정을 종료했거나 종료 절차를 밟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아이티·온두라스 출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집단으로 꼽힌다.
2026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행정부가 아이티와 시리아에 대한 TPS 지정을 종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판결은 다른 국가들에 대한 TPS 종료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되며, 앞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국가들이 이제 이민자들이 귀환하기에 안전한 상황이 됐다는 이유로 TPS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년에서 수십 년간 보호 지위를 유지해온 국가들에 대해 강한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TPS는 본래 '임시적' 성격의 제도임을 강조해왔다. 반면 이민 옹호단체들은 해당 국가들의 위험한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이번 조치가 인종적 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1개국, TPS 지정 완전 종료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아이티, 온두라스, 미얀마, 네팔, 니카라과, 남수단, 시리아, 베네수엘라, 예멘 등 11개국에 대한 TPS 지정을 종료했다. 이로 인해 100만 명 이상의 수혜자가 영향을 받았다.
이 중 베네수엘라 출신이 보호 지위를 상실한 이민자의 과반(59%)을 차지하며, 인원으로는 61만 5000명이 넘는다. 베네수엘라는 서로 다른 자격 요건을 기준으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별도로 TPS 지정을 받았다. 2023년 8월 이전에 입국한 일부 베네수엘라 출신 수혜자들은 아직 TPS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들의 보호 지위 역시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아이티 출신 TPS 수혜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보호 지위를 상실한 인원의 약 3분의 1(32%)을 차지한다.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부는 아이티와 시리아의 지정을 철회할 수 있게 됐으며, 해당 종료 조치는 7월 27일부로 발효됐다. 이후 행정부는 영향을 받은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체포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으며, 이민세관집행국(ICE)은 아이티계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사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TPS 자격을 상실한 이민자 중에는 수십 년간 미국에 거주해온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출신 수혜자들은 허리케인 미치(Hurricane Mitch)와 그 여파, 그리고 정치·사회적 위기를 겪은 이후인 1998년부터 미국에 거주해온 경우가 많다.
2개국, TPS 종료 절차 계류 중
트럼프 행정부는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 약 6000명에 대해서도 TPS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어 해당 이민자들의 향후 거취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은 이 두 국가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 아이티·시리아 관련 판결이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 지위를 상실할 위기에 놓인 TPS 수혜자들에게 '자진 출국'을 유도하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보호 지위가 아직 유효한 상태에서도 취업허가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합법적 취업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일부 이민자들은 망명 신청이나 영주권 신청 등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미국에 계속 체류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4개국, TPS 지정 연장
트럼프 행정부가 대부분 국가의 TPS 지정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엘살바도르, 레바논, 수단, 우크라이나 등 4개국 출신 이민자 약 27만 3000명에 대해서는 TPS 지정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 중 대다수는 엘살바도르와 우크라이나 출신이며, 레바논과 수단 출신은 상대적으로 소수다.
이들 연장 조치의 대부분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뤄졌다. 다만 레바논의 경우(TPS 수혜자 140명)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장된 사례다.
이들 4개국에 대한 TPS 지정은 2026년 말 이전에 만료될 예정이며, 일부는 이르면 9월에 만료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재연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TPS 종료에 대한 미국인들의 여론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5년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 5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대상으로 TPS를 종료한 것에 대해 미국 성인 응답자의 과반(59%)이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39%는 찬성했다.
TPS 종료에 대한 여론은 정당 지지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층 및 민주당 성향 무당층에서는 반대(86%)가 찬성(13%)을 압도적으로 앞섰던 반면, 공화당 지지층 및 공화당 성향 무당층에서는 찬성(68%)이 반대(31%)를 크게 웃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