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을 졸업한 한인 유학생들에게 취업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안정적인 체류 신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OPT (졸업 후 취업허가)를 통해 직장에 들어가고 H-1B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은 뒤, 회사의 후원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로다.
그런데 미국의 대형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가 외국인 직원의 영주권 취득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미국인 구직자를 차별했다는 의혹으로 연방정부와 500만 달러에 합의하면서 기업들의 영주권 후원 관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 법무부와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는 인스타카트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취업이민 영주권 절차에서 미국인 구직자에게 불리한 지원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취업이민 영주권 신청의 핵심 단계인 노동허가(PERM) 절차다.
미국 기업이 외국인 직원의 영주권 취득을 후원하려면 해당 직책에 적합하고 채용 가능한 미국인 근로자가 있는지 공정한 채용 절차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연방정부에 따르면 인스타카트는 일반 채용에서는 온라인 지원을 허용하면서도, 외국인 직원의 영주권 취득을 위한 PERM 채용에서는 미국인 지원자들에게 우편으로 지원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원서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외국인 직원에게 유리한 채용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연방정부의 판단이다.
인스타카트는 합의에 따라 벌금 100만 달러를 납부하고 피해 구직자 보상을 위해 최대 4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일부 기업들이 외국인 직원의 영주권 취득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인 구직자들의 지원 기회를 사실상 제한해 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수법은 일반 채용에서는 온라인 지원을 허용하면서 영주권 후원을 위한 PERM 채용에만 종이 지원서를 우편으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또 회사 공식 채용 웹사이트에 해당 일자리를 게시하지 않거나, 자격을 갖춘 미국인 지원자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 사례도 적발됐다.
실제로 연방 법무부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과거 PERM 채용에서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관련 채용 공고의 99.7%에서 미국인 지원자가 없거나 단 한 명에 그쳤다. 반면 일반 채용 웹사이트에 올라온 유사 직종에는 통상 1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애플 역시 영주권 후원 관련 채용 공고를 회사의 일반 채용 웹사이트에 게시하지 않고 우편 지원을 요구하는 등의 관행으로 2023년 연방정부와 2,500만 달러에 합의했다.
기업이 영주권 후원 과정에서 미국인 지원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