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새 시대"에서 군사 축소로… 트럼프의 한미동맹을 뒤흔든 갈등의 내막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한국을 '역사적 새 시대'의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로 칭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충격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기로 하자, 한미 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나섰다. 이는 불과 며칠 전 공개적으로 한국을 치켜세웠던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와는 정반대되는 급격한 방향 전환이다.
이번 조치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이 한국을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라 부르며, 지난가을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 국빈방문 이후 양국이 "역사적인 새로운 협력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밝힌 지 불과 사흘 만에 나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담당 석좌인 빅터 차(Victor Cha) 교수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훈련 축소를 미국 입장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 정부에는 투자와 비용 분담을 서두르라는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김정은에게는 다시 외교 테이블에 나설 유인을 제공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빅터 차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석이조'로 보고 있다"며 "한국이 무역·투자 프레임워크 협정에 따른 투자를 더 빠르게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과, 북한 지도자와의 회담을 원하는 그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미 군사훈련 대폭 축소… 북한 미사일 시험은 증가세
한국 정부에 대한 최근 행정부의 우호적 발언 이면에는 오랫동안 긴장이 쌓여왔으며, 이것이 이러한 엇갈린 메시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빅터 차 석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투자 프레임워크 이행이 더디게 진행되는 점, 미국 기업들이 얽힌 통상 분쟁, 그리고 한국이 미국의 우선순위 과제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는 인식에 점점 불만을 키워왔다.
빅터 차 석좌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좋다, 이 훈련들을 축소하겠다. 어쩌면 김정은으로부터 반응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니 자국의 훈련은 스스로 감당해야 하고, 미국이 그 비용까지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협정은 한국의 대미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대신, 한국에는 조선업과 원자력 잠수함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한국산 제품에 관세를 25% 인상하겠다고 위협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 이행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과의 유사한 협정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림수
한국에 대한 이번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1기 행정부 시절 마무리짓지 못했던 또 다른 과제, 즉 김정은과의 외교로 다시 눈을 돌리는 시점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사이의 격동적인 관계는 '화염과 분노' 위협과 역사적인 정상회담 사이를 오갔다. 첫 정상회담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두 번째는 2019년 하노이에서 열렸으며, 같은 해 후반에는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서 세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이 공식 회동들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북한 지도자를 만난 인물이 됐지만, 대북 제재 완화 조건과 북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비핵화 합의 없이 외교는 마무리됐다.
훈련 축소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훈련들이 북한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북한이 "위협적이지 않고 예의를 갖춰왔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추가 세부사항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국방부(War Department) 관계자는 국방부가 "군 통수권자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작업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러시아·중국과 밀착 강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오빠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첫 정상회담 이후 핵·미사일 능력을 확장해왔으며,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해왔다.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 재개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앞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요구를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신호도 보내왔다.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의 선임연구원이자 '38노스(38 North)' 소장인 제니 타운(Jenny Town)은 폭스뉴스 디지털에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미국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한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은 단순한 무력 과시가 아니다
이번 연합훈련은 단순한 무력 과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억지력이 실패했을 경우 미군과 한국군이 실제로 함께 싸우는 방법, 즉 병력·장비 이동부터 표적 정보 공유, 단일 지휘체계 하의 작전 수행까지를 연습하는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나오기 전, 올해 을지자유의방패(Ulchi Freedom Shield) 훈련에는 드론전, GPS 교란, 위기 상황에서의 통신 두절 가능성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들을 반영할 계획이었다.
이는 더 이상 한미동맹에 있어 이론적인 우려가 아니다. 북한군은 실제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으며, 그 실전 경험을 한반도로 다시 가져오고 있다.
빅터 차 석좌는 "이 훈련은 한미동맹이 매년 실시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군사 기동훈련"이라며 "실사격 훈련과 군사훈련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타운 소장은 이번 결정이 막판에 갑작스럽게 이뤄진 방식이 한미동맹 내부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막판에 즉흥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낼 뿐 아니라, 한미동맹 내부에 큰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美 연방의회, 초당적 비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美 연방의회에서 초당적인 비판을 받았다.
마크 켈리(Mark Kelly, 민주당·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남북한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전쟁 중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퇴역 해군 대령 출신이기도 한 켈리 의원은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군이 잘 훈련돼 있고 한국군과 원활하게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며 명백한 실책"이라고 덧붙였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Thom Tillis) 상원의원은 이번 훈련 축소가 "결과적으로 수천 명의 북한군을 자유롭게 풀어줘, 푸틴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우크라이나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납치·고문·강간·학살을 지원하도록 돕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엘리사 슬롯킨(Elissa Slotkin, 민주당·미시간) 상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과의 동맹은 미국의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자랑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연합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심각한 오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해 무기와 병력을 보내고, 이란과도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정권에 보상을 해주고 있다"며 "동맹을 약화시키면서 적대국들에게 양보하는 것은 강함의 표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기를 살려줄 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