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지역의 공익사업을 위해 설립된 두 단체에 법원이 지역발전기금 2천800억여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쓰도록 받은 기금의 집행이 저조한 가운데, 사용한 돈도 상당 부분이 임직원 인건비 등 운영비에 들어갔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최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배분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반환을 명령한 금액은 서해안연합회 1천1억여원,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1천850억여원이다.

재판부가 지적한 것은 기금을 받은 뒤에도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해안연합회는 2021년 말까지 전체 배분금의 4.4%인 46억원을 집행했는데, 그중 30억원이 인건비 등 기관운영비였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도 같은 시점까지 집행한 금액이 전체 배분금의 7.8%인 158억원에 그쳤고, 이 가운데 94억원을 기관운영비로 썼다. 재판부는 협동조합의 내분으로 대의원총회가 기능하지 못했으며 본부와 지부 사이, 본부 내부의 갈등도 커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해안연합회에 대해서는 사업 기간 안에 목적 사업을 마치기보다 배분금에서 생기는 이자 수입 등을 인건비 명목으로 소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의 사업계획 역시 상당히 부실하다며 사랑의열매의 배분금 환수 조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기금은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선과 중국 국적 유조선이 충돌해 원유 1만2천547킬로리터가 유출된 사고 이후 조성됐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 2월 피해주민 단체 11곳과 합의해 지역발전기금 2천900억원을 법정 기부금 단체인 사랑의열매에 기탁하기로 했다.

피해주민 단체들은 그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두 단체를 설립했다. 태안군·서산시·서천군·당진시 지역 단체는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보령시·신안군·영광군·홍성군·군산시·부안군·무안군 지역 단체는 서해안연합회를 세웠으며, 두 단체는 2018년 11월 기금을 나눠 받았다.

2021년께 지역사회에서 기금 운용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해양수산부와 감사원의 감사로 이어졌다. 감사에서는 임직원 출장비 부당 집행, 불필요한 차입, 대의원총회 구성 지연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사랑의열매는 2023년 8월 남은 배분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두 단체가 이에 불복하자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