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기름값과 항공료가 오르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중동 갈등의 확전 양상 속에 유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자 물가 부담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진 상황이다.

코스피는 3거래일 만에 7000선을 내주며 6900대까지 밀려났다.

정부는 다음 달 원유와 나프타 도입 물량의 90% 이상을 이미 확보해 단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정유사들은 올해 말까지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대체 항로인 홍해까지 위협받는 이중 병목 현상이 현실화할 경우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량 유통은 가능하지만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는 상황을 짚었다. 장 부연구위원은 "물량이 남아공 희망봉을 돌아서 와야 하기 때문에 운송 시간이 한 달 내외보다 훨씬 더 길어지고, 길어진 만큼 운임도 내야 되고"라고 설명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 5월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7단계가 급등했다. 대한항공을 기준으로 미국 뉴욕을 오가는 왕복 노선은 유류할증료 비용만 70만 원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급등한 국제 유가가 반영될 경우 다음 주에 발표될 10월 유류할증료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석유 최고가격제의 적용으로 일단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제도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졌다. 현재 적용 중인 제9차 최고가격제는 오는 18일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산업부 관계자는 종료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며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는 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현 수준을 유지하면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