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1일(한국시간) 이달 중 남북 접경지역 전역의 대남 심리전 확성기를 가동 상태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이뤄지는 한국군의 경고 방송·사격을 비난하면서, 북한군의 안전을 실제로 위협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담화에서 김 부장은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한국시간)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으로, 그는 한국군이 이날도 적어도 두 곳에서 경고 방송과 사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이날 오전 박정천 국방성 고문,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북한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계선을 영구적인 선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고 전했으며, 박 고문은 한국군이 북한군의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하면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며 철책을 설치하거나 지뢰를 매설하는 북한군에 경고 방송·사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군 당국은 올해 8~9월 북한군이 50여 차례 MDL을 침범했다고 판단했으며, 정부는 지난달 21일(한국시간) 서부전선 DMZ 지뢰 폭발 사고도 북한군이 MDL을 국경선화하는 과정에서 매설한 지뢰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군의 대응을 요새화 공사의 장애물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뢰 사고 이후 한국군의 적극적인 경고 방송·사격으로 국경화 사업이 지장을 받는다고 북한이 판단한 것 같다며, 확성기 재개 예고는 한국군이 대응을 중단하지 않으면 똑같이 대응하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분석했다. 요새화는 김 위원장이 2023년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며 지시한 핵심 사업이다.
한국군 당국은 20일(한국시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면 비례적 대응 원칙에 따라 대북 확성기 재개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군심리전단이 제작·송출하다 지난해 9월 중단한 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와 지난해부터 중단된 국가정보원의 대북 라디오·TV 방송 재개도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
남북의 확성기 심리전은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6년여간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맞서 2024년 6월 대북 방송을 재개하고, 북한도 같은 해 7월 대남 방송을 재가동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대북 유화 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으며, 북한도 같은 달부터 대남 방송을 멈췄다.
군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남북이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하면 접경지 주민들이 소음과 건강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