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권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가상자산거래소의 해킹 피해가 잇따라 드러났다. 대신증권은 28일(한국시간)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으며,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빗썸도 해킹 피해를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대신증권은 17일(한국시간) 비대면 증권계좌 개설 연계 서버에서 비정상적인 접근 징후를 발견해 관련 IP를 차단하고 당국에 신고했다. 금융보안원과 함께 정상 서비스로 가장한 신호 6만여 건을 열흘간 전수조사한 끝에 26일(한국시간) 정보 유출을 확인했다. 유출 항목은 고객명·이메일·주소·통신ID·은행명, 암호화된 입출금 계좌번호,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등 8개이며, 회사는 손해가 발생하면 법령과 절차에 따라 배상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격자가 외부에서 계정을 만든 뒤 일부 업무용 웹 시스템의 자료를 권한 없이 내려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같은 그룹의 미래에셋생명도 25일(한국시간) 고객 청약시스템과 홈페이지 일부에서 해킹 침해가 발생해 당국에 신고했다.

빗썸은 27일(한국시간)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에서 비인가자의 접속 흔적을 확인했다. 빗썸 관계자는 침해된 곳이 가상자산 거래를 담당하는 핵심 전산시설이 아닌 임직원 업무지원시스템이라며, 가상자산 지갑 주소 등 부정결제나 자산 이전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의 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21일(한국시간) 금융보안 통합관제시스템 ‘퍼스트(FIRST)’를 통해 금융회사에 공유한 공문에는 북한 IP를 이용한 금융권 시스템 탐색 정황도 담겼다. 북한에 할당된 다수의 IP에서 이날 오전 3시부터 공문 발송 전까지 약 440만4101건의 접근이 확인됐으며, 이달 초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 이후 북한 IP 사용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다만 북한 IP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공격 주체를 북한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북한 주요 사이트도 20~21일(현지시간) 해킹으로 마비됐다며, 외부 세력이 북한 시스템을 해킹한 뒤 해당 IP를 이용해 한국 금융권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한국시간) 긴급점검회의를 열었고 금융감독원은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AI로 보안 취약점을 쉽게 탐지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다발적 공격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에 자율방어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 가상자산업권 등에도 주요 금융회사 수준의 보안조치와 사고 대응태세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국가수사본부는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 해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추가 피해가 이어지면서 자체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위가 14일(한국시간) 공개한 555개사의 12개 항목 자체점검 결과에서는 425개사가 모든 항목을 ‘적정’으로 보고했지만, 이후 당국이 주의를 요구했던 외부 연결 시스템에서 침해가 잇따랐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후 제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대응을 바꾸고, 금융회사 보고에 그치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현장의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