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2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해 약 7700억 원의 추가 배상 책임을 피했다. 법무부는 9월 30일 정부과천청사 브리핑에서 판정부가 지난 28일 만장일치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번 분쟁의 쟁점은 앞선 중재 판정에 따른 배상금 지급이 늦어진 데 대해 한국 정부에 추가 배상 책임이 있는지였다. 다야니 측은 2021년 10월 18일 2차 ISDS를 제기하면서 배상금을 즉시 받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얻었을 이익 등 약 770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1차 분쟁은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계약에서 시작됐다. 다야니 가문은 2010년 일가 소유 기업 엔텍합의 자회사를 통해 인수를 추진하며 채권단에 약 578억 원의 계약금을 냈다. 채권단이 투자확약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취하자, 다야니 측은 한·이란 투자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2015년 9월 ISDS를 제기했다.
다야니 측은 2018년 6월 1차 분쟁에서 승소했다. 당시 판정부는 한국 정부에 730억 원과 이자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정부가 낸 취소소송도 기각돼 2019년 패소가 확정됐다. 다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배상금 지급에는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승인이 필요했다. 정부는 2022년 1월 승인을 받은 뒤 같은 해 4월 배상금 858억 원 중 622억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236억 원은 한국 법원의 압류·추심 명령에 따라 공탁했다.
다야니 측은 2차 분쟁에서 배상금 지급 지연뿐 아니라 국적을 이유로 다른 외국인 투자자와 다르게 대우받았다는 차별 주장도 폈다. 법원 명령에 따른 공탁 역시 투자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1차 배상금이 협정상 투자에 해당하지 않아 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고 맞섰으나, 판정부는 배상금을 기존 투자의 연장으로 보고 관할권을 인정했다.
본안 판단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정당하다고 봤다. 법무부가 설명한 판정 내용에 따르면, 판정부는 OFAC 승인을 받은 것이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와 국제경제 질서를 고려한 정당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지급 지연도 자의적인 조치가 아니라 제재를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행위로 봤다.
투자자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할 의무에 대해서도 적용 범위를 구분했다. 판정부는 이 의무가 투자자의 투자자산 국외 반출을 부당하게 막지 말라는 취지이며, 정부가 직접 외화를 송금하는 이번 배상금 지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정부는 배상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는 집행지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해 구제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판정 불이행을 이유로 또 다른 ISDS를 허용하면 투자협정의 목적에 반한다는 것이다. 새 ISDS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1차 판정의 배상 기준 통화가 원화였고, 정부가 원화 지급을 제안하며 송금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 만큼 판정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판정부는 다야니 측에 한국 정부 소송비용의 75%인 약 40억 원과 중재 행정비용 약 8억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무부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속 절차에 대비하고 소송비용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