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일부 억만장자와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상황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들의 소득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상과 달리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높은 소득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렌지카운티 애나하임이 전국 2위에 올랐고, 어바인과 산타애나도 전국 상위권에 포함됐다고 LA타임스가 어제(12일) 보도했다.
금융자문회사 스마트애셋(SmartAsset)이 연방 인구조사국의 미 지역사회조사(ACS)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인구 상위 94개 대도시권의 2024년 실질 소득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애나하임은 16%의 증가율로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실질 소득은 단순한 임금뿐 아니라 투자와 은퇴소득 등을 포함하고,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한 수치다.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애나하임뿐 아니라 어바인과 산타애나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어바인은 전국 7위, 산타애나는 14위에 올랐다.
세 도시 모두 전국 상위 15위 안에 포함된 것이다.
반면 인공지능(AI)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는 실리콘밸리는 예상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애너하임의 급격한 소득 증가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어바인, UC어바인과 첨단산업 성장 영향
채프먼대학교 경제학자 레이먼드 스피어는 어바인의 소득 증가가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UC어바인이 지역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 가운데 하나라며, 대학이 고임금 연구자와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면서 연구단지와 주변 지역의 경제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에는 에드워즈 라이프사이언시스와 앨러간을 비롯한 기술·의료 관련 기업들도 자리 잡으면서 고소득 근로자들이 유입됐다.
스피어 경제학자는 “의료, 의료기기, 치과기기, 컴퓨터, 전자 분야의 일자리가 많고, 최근에는 AI 기업까지 들어오면서 특히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나하임은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
애나하임의 경우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료상 저소득층 주민 일부가 중간소득 계층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도 전체 소득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패스트푸드 업계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6달러에서 20달러로 인상했다.
스피어 경제학자는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애나하임에는 패스트푸드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애나하임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렌지카운티 전반의 고용 증가도 한몫
최근 몇 년 동안 오렌지카운티 전체에서 일자리 증가세가 강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자리를 지역 거주자만으로 채우기 어려워 외부에서 많은 근로자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의료기기·전자·컴퓨터·AI 등 비교적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산업의 고용 확대가 오렌지카운티의 소득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센트럴 밸리의 프레즈노도 전국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스피어 경제학자는 높은 주거비를 피해 베이 애리아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저렴한 샌 호아킨 밸리로 이동하면서 프레즈노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리콘밸리도 여전히 강세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소득 증가세가 약해진 것은 아니다.
AI 스타트업과 대형 기술기업이 몰려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의 소득도 5% 이상 증가하면서 전국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두 지역은 이미 높은 소득 수준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간 2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애나하임에서는 이 같은 고소득 가구 비중이 약 18%에 그쳤다.
도시별 소득 수준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산호세의 중위 가구소득은 약 14만8,000달러였지만 프레즈노는 약 7만4,000달러였다.
소득 증가가 곧 생활 형편 개선 의미하는 것은 아냐
전문가들은 소득 증가율만으로 주민들의 실제 생활 수준이 좋아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애셋의 토비 넬슨은 이번 자료가 각 지역에서 소득이 물가 상승을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즉, 소득이 빠르게 증가한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소득이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거비와 생활비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 증가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주민들이 더 풍족하게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가주 첨단산업 투자 확대에 소득 상승세 이어질 수도
앞으로 남가주에 대한 첨단산업 투자가 계속될 경우 소득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6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이후 현재 직원 그리고 전직 직원 가운데 약 4,000명이 백만장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약 400명은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LA 호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향후 사우스 베이에서 북부 오렌지카운티에 이르는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롱비치도 가구소득 증가율 전국 10위에 올랐다.
방산·AI 기업 앤두릴(Anduril)은 지난 1월 롱비치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7년 중반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AI와 첨단기술, 의료·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투자가 남가주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오렌지카운티와 인랜드 지역을 비롯한 남가주의 소득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