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차기 주지사 자리를 놓고 맞붙은 민주당 하비에르 베세라 후보와 공화당 스티브 힐튼 후보가 어제(9월 30일) CNN 주최 TV 토론에서 주거비와 물가, 인공지능(AI) 규제, 이민정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두 후보는 캘리포니아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원인 진단과 해결책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베세라는 캘리포니아를 경제 성장의 중심지이자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맞설 중요한 거점으로 묘사했다.
반면 힐튼은 장기간 이어진 민주당 주정부의 관료주의와 규제가 높은 생활비와 주거난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강조했다.
생활비·기름값 놓고 상대 진영 책임론
토론의 첫 주제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생활비와 물가였다.
힐튼은 ‘캘리포더블(Califordable)’이라는 공약을 내세워 기름값을 낮추고 연소득 15만 달러까지 주 소득세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줄이고 주택 건설 비용을 낮추는 한편, 주내에 10개의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힐튼은 정부가 세금을 덜 거둬야 주민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이 남는다며, 민주당이 15년 넘게 주정부를 장악하면서 생활비 문제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베세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베세라는 힐튼의 소득세 폐지 공약이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게도 대규모 감세 혜택을 주는 반면, 학교와 의료 등 공공서비스 예산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세라는 주택 건설 관련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비용을 낮추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정치 경력 동안 수백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AI·데이터센터 규제에는 공통점
두 후보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규제의 방향과 산업에 대한 접근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힐튼은 캘리포니아가 AI 산업의 중심지인 만큼 규제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나친 규제로 관련 일자리가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 다른 주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힐튼은 AI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베세라가 실제로 업계를 규제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AI 기업들로부터 안전 관련 약속을 받아낸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베세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 자율규제 방식이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새끼손가락 약속’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베세라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하되 지역사회와 직접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베세라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고 전력망과 물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데 기여한다면 논의할 수 있지만, 반드시 지역사회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 공방…미성년 이민자 보호 문제도 쟁점
이민정책은 토론에서 가장 날카로운 공방이 벌어진 분야 중 하나였다.
힐튼은 베세라가 바이든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보호자 없이 미국에 입국한 미성년 이민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며, 수천 명의 어린이를 성착취 및 노동착취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는 베세라가 연방 보건복지부를 이끌던 시기 미성년 이민자 보호와 보호자·후원자 심사 절차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비판과 관련된 것이다.
베세라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보호시설을 축소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아이들이 배치될 보호자와 후원자를 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힐튼의 주장을 트럼프 측의 정치적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민자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지 않도록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정책과 이민 단속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대립했다.
힐튼은 이민 논쟁의 긴장을 낮추고 위험한 범죄자 추방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연방정부와의 정치적 대립 때문에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자 가정 출신인 베세라는 캘리포니아가 영국 출신인 힐튼을 이민자로 받아들였지만, 힐튼은 오히려 이민 단속 요원들을 캘리포니아로 불러들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힐튼이 자신과 외모가 비슷한 백인 이민자는 환영하면서 라티노 이민자 추방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힐튼은 이 발언을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놓고도 정면충돌
베세라는 토론 내내 힐튼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힐튼이 주지사가 되면 연방정부의 정책 기조가 캘리포니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튼은 베세라가 민주당의 장기 집권으로 발생한 주정부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만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힐튼은 베세라가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만 반복한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변화 대신 기존 정책을 이어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베세라는 힐튼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유는 힐튼이 그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억만장자세·유권자 신분증·교육정책
두 후보는 억만장자 자산에 일회성 5%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 프로포지션 40에 모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세금은 연방 의료지원 예산 삭감으로 발생하는 캘리포니아의 재정 공백을 상당 부분 보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유권자 신분증 제도를 도입하는 프로포지션 39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힐튼은 투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우편투표 용지에 별도의 PIN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베세라는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해당 발의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선거 개입 시도라고 주장했다.
교육 문제에서는 3학년 학생 중 학년 수준에 맞는 읽기 능력을 갖춘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언급됐다.
힐튼은 이를 민주당 주정부의 실패를 보여주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베세라는 캘리포니아 교육 시스템의 조율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뉴섬 주지사가 도입한 전환 유치원(Transitional Kindergarten) 제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선거 앞두고 베세라 우세 여론조사
토론을 앞두고 실시된 UC버클리 정치학 연구소(IGS)와 LA타임스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베세라가 58%, 힐튼이 3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8월 조사보다 베세라의 격차가 소폭 확대된 결과다.
유권자들은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으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도 주요 변수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76%로, 지난해 83%보다 낮아졌다.
베세라는 전 연방 하원의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바이든 행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힐튼은 영국 정치권 보좌관과 폭스뉴스 진행자, 실리콘밸리 기업인 출신이다.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이번 토론은 CNN의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가 버뱅크에서 진행했으며, 약 1시간 동안 생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