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단속 정책에 대응해 전직 연방 이민단속 요원의 주·지방정부 채용을 제한하고, 전기충격 기능이 있는 장갑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어제(31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이민단속 활동과 관련된 인력과 장비를 제한하는 여러 법안을 승인했다.

이번 입법에는 이민 재판이나 심리를 위해 법원을 찾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연방 이민당국에 체포되는 사례 등을 겨냥한 내용도 포함됐다.

마크 곤잘레스 민주당 주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가 세계 4위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된 데에는 이민자와 서류미비 이민자 공동체의 역할이 크다”며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단속 경력자 공공기관 취업 제한

곤잘레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민단속에 참여했던 요원이나 관련 계약업체 직원들이 앞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시·카운티, 교육구 등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Get the Feds Out Act(GTFO Act)’로 불리는 이 법안인데, 여기엔 예외 조항도 마련됐다.

경찰기관에 정식으로 채용된 뒤 캘리포니아의 기본 경찰교육 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으며, 적격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라티노 입법 코커스 의장인 레나 곤잘레스 민주당 주 상원의원은 공공기관 직원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주·연방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다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직 경찰의 ICE 부업도 제한

별도의 법안은 경찰을 비롯한 법집행기관 직원들이 연방 이민단속 업무를 부업이나 계약직 형태로 수행하는 것도 막도록 했다.

아이작 브라이언 민주당 주 하원의원은 “낮에는 지역 경찰기관에서 주민을 보호하고 봉사하면서 밤에는 ICE와 함께 일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이 같은 법안들이 특정 이민정책에 대한 정치적 반감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켈리 세야르토 공화당 주 상원의원은 해당 법안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달리하는 문제에 대한 분노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전기충격 장갑 2030년까지 사용 금지

주 의회는 또 법집행기관이 사용하는 전기충격 장갑의 사용을 2030년까지 금지하고, 캘리포니아 법무부가 장갑의 안전성을 조사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토안보부가 이민단속 과정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전기충격 장갑을 대량 구매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막판에 발의됐다.

제시 아르귀인 민주당 주 상원의원은 “공공안전에 사용되는 기술은 누군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뒤가 아니라 사용되기 전에 안전성과 책임성이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전기충격 장갑이 총기보다 안전하게 용의자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토니 스트릭랜드 공화당 주 상원의원은 “전기충격이 실제로 누군가를 총으로 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라면 선택지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며 “법집행기관에는 주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민단속 요원 마스크 착용도 제한

주 의회는 앞서 지난주 금요일엔 연방 이민단속 요원 등 법집행기관 직원이 캘리포니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스콧 위너 민주당 주 상원의원이 발의한 SB 1004는 연방 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기존 법률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도 법원 출석을 위해 이동하거나 법원에서 돌아오는 사람에 대한 체포 제한, 이민구금시설 운영업체에 대한 25% 세금 부과, 과도한 물리력 행사나 불법적인 가택수색, 시위 방해 등 연방 요원의 민권 침해에 대해 개인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반대 측에서는 일부 법안이 연방법과 충돌해 향후 법적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단체인 미 이민개혁연맹(FAIR)의 아이라 멜먼은 캘리포니아가 불법 체류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지나치게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주 의회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뉴섬 주지사는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9월 30일까지 서명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