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자산세, 찬성 42%·반대 50%

캘리포니아 유권자들 사이에서 억만장자 자산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과 투표 시 신분증 확인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3일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두 법안 모두 반대 여론이 지지율을 앞섰다.

UC버클리 정치학연구소(IGS)가 LA타임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억만장자 자산에 5%의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부유세, 주민발의안 40에 대해 유권자 50%가 반대했고, 42%는 찬성했다.

불과 6주 전 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섰던 지지율이 뒤집힌 것이다.

주민발의안 40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회가 승인한 연방 의료 예산 삭감으로 약 1,000억 달러의 재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료 프로그램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한 주요 의료노조가 추진한 법안이다.

세금은 일정 예외를 제외하고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 억만장자의 자산에 부과하는 방식이다.

부유세 반대 진영에 3억6,800만 달러 몰려

법안 반대 진영에는 캘리포니아의 부유한 기술업계 인사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대 운동에 모인 후원금은 약 3억6,80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찬성 진영의 모금액은 약 3,6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대 측은 TV와 소셜미디어 광고에 대대적으로 나서며 유권자 설득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개빈 뉴섬 주지사 등은 부유층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면 부유층 세수 의존도가 높은 주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캘리포니아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부유층 감세를 위한 의료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돕기 위한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정당별로는 공화당 유권자 다수가 주민발의안 40에 반대했지만,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약 3분의 2는 찬성했다. 다만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도 4분의 1 이상은 반대했다.

연령별 차이도 나타났다.

65살 이상 유권자 10명 중 6명은 반대했지만, 30살 미만 유권자에서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가 발표한 별도 여론조사에서도 주민발의안 40에 대한 반대가 52%, 찬성이 46%로 나타났다.

주민발의안 41·42도 부유세 무력화 추진

부유세 반대 진영은 주민발의안 40 외에도 41과 42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두 법안은 세금과 주 정부 지출 관련 규정을 변경해 부유세 시행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민발의안 41은 신규 주 특별세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고 주 지출 한도에서 면제되는 새로운 주세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민발의안 42는 퇴직연금 자산과 개인 소유 자산, 기타 개인 저축에 대한 신규 세금을 금지한다.

두 법안 가운데 하나라도 주민발의안 40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면 부유세가 무효화된다.

주민발의안 41은 현재 찬성 38%, 반대 47%로, 6주 전 조사에서 찬성 37%, 반대 33%였던 것과 비교해 반대가 늘었다.

주민발의안 42 역시 9%포인트 앞서던 지지율이 역전됐다. 현재 찬성은 43%, 반대는 45%다.

마크 디카밀로 UC버클리 여론조사 책임자는 지지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법안은 부동층이 최종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경향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카밀로는 주민발의안 40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민발의안 42도 선거를 앞두고 지지 흐름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주민발의안 42의 결과가 확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기존 고소득층 소득세 유지안은 과반 지지

한편 기존 고소득층 소득세율을 유지하는 주민발의안 3은 찬성 54%, 반대 37%로 과반 지지를 얻었다.

이 세금은 교육 재원 마련에 사용된다.

디카밀로는 기존 세율을 유지하는 법안과 새로운 자산세를 도입하는 법안 사이에 지지율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세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발의안 3이 통과되면 연간 50억~150억 달러의 재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카밀로는 유권자들이 캘리포니아의 누진적 세금 체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득이 아닌 자산 자체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덜 호의적이라고 분석했다.

유권자 신분증 의무화 법안도 반대 우세

이번 조사에서는 투표 시 신분증 확인과 유권자 시민권 검증을 의무화하는 주민발의안 39에도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공화당이 추진한 이 법안은 대면 투표 때마다 정부 발급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고, 우편투표에는 별도의 PIN 번호나 소셜시큐리티 넘버 마지막 네 자리를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주 국무장관과 카운티 선거 당국이 정부 자료를 활용해 등록 유권자의 미국 시민권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지지자들은 사회보장국 데이터베이스와 배심원 소환 기록 등 정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 약 10명 중 6명은 반대했고, 찬성은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무당파 유권자와 소수 정당 등록 유권자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디카밀로는 캘리포니아처럼 민주당 지지층이 다수인 주에서 공화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별세 제한안·공적 선거자금 허용안도 의견 갈려

이 밖에 지방정부가 일부 특별세를 신설할 때 유권자 3분의 2의 찬성을 요구하는 주민발의안 43은 반대 46%, 찬성 36%로 나타났다.

디카밀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찬성률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로컬정부가 일정한 규정을 준수하는 후보에게 공적 선거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발의안 4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1%로 같았으며, 18%는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디카밀로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지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10월 19일부터 25일까지 캘리포니아 등록 유권자 2,787명을 대상으로 영어와 스페니쉬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약 ±3%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