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이 엄격한 사무실 복귀 규정과 감시, 각종 유인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은 '커피 배지'나 '유령 예약' 같은 조용한 저항으로 맞서고 있다.

반면 LA의 비디오게임 기업 라이엇 게임즈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올 초였던 지난 1월에 주 3일 사무실 출근 의무 규정을 아예 없애고 훨씬 유연한 방식을 도입했는데, 오히려 사무실에 나오는 직원 수가 늘어나는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2년간 이어진 화·수·목요일 필수 출근 규정은 많은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에 라이엇은 훨씬 더 유연한 방향으로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고 호비 달링 라이엇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회사 전체에 일괄 적용되던 출근 방식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고, 팀마다 다른 업무 방식을 반영하지 못했으며, 정작 가장 의미 있는 순간에 사람들을 한데 모으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 정책은 주 3일 의무 출근 대신 월 3일 정도의 출근을 기본으로 하되, 팀별로 언제 더 많은 대면 근무가 필요한지는 각 팀장이 판단해 결정하도록 했다.

시행 7개월이 지난 지금, 회사 측은 출근율과 생산성이 모두 눈에 띄게 올랐다고 밝혔다.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요 대도시권의 사무실 출근율은 전국 평균을 밑도는 상황이다.

회사 출근 기록을 추적하는 캐슬 시스템즈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LA의 사무실 출근율은 47%로, 전국 평균 53%는 물론 텍사스 주 오스틴의 73%에 크게 못 미쳤다.

일부 기업들이 출근 유인책을 늘리는 동안, 다른 기업들은 오히려 규정과 처벌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실제 출근 여부를 감시할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의 폴 모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는 사무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시도해 본 결과, 채찍 방식은 장기적으로 잘 통하지 않으며 공짜 베이글 데이 같은 당근 방식 역시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직원과 기업 간에는 사무실 복귀 규정의 취지를 우회하려는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사무실에 카드를 찍고 커피 한 잔 마실 정도만 머물다가 나머지 업무는 집 등 다른 곳에서 처리하는 이른바 '커피 배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을 회의실이나 좌석을 온라인으로 미리 예약해 마치 출근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유령 예약'도 있다.

JL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이뤄지는 예약 중 3분의 1 이상이 실제로는 이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부 관리자들은 직원의 와이파이 접속 위치나 회사 지급 휴대폰 위치를 추적하거나, 심지어 사무실 컴퓨터의 키보드 입력까지 모니터링하는 등 이른바 '빅브라더식' 관리 방식을 동원하면서, 동시에 사무실을 좀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인재를 사무실로 끌어들이고 붙잡아 두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여온 회사로 꼽힌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이 회사는 올림픽 블러바드에 위치한 넓은 캠퍼스 곳곳에 시리얼과 각종 스낵, 조리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매점을 운영하며, 2,600명에 달하는 LA 직원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속 가상 항구 도시 이름을 딴 커피바 '빌지워터 브루'는 대표적인 인기 공간이다.

글로벌 시설관리 기업 ISS S/A의 북미 최고경영자 스티브 퀵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커피의 힘을 빌려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커피 관련 경험에 쏟는 시간과 비용이 놀라울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LA처럼 출퇴근길에 한 시간 넘게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대도시권에서는 이런 혜택이 더욱 중요하다며, 통근이 힘겨울수록 사무실 출근율이 낮아진다는 점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고 말했다.

라이엇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들이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해커톤 '썬더돔'을 후원하고 있다.

또한 올해 출근 규정을 대폭 완화하면서 회사 리더와 외부 전문가들이 게임 제작의 노하우와 창작 과정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레드 토크'(TED Talks를 패러디한 이름)도 새롭게 선보였다.

직원과 팀이 언제 사무실에 모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출근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2026년 출근율은 과거 평균 대비 15%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달링 사장은 올해 LA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라이엇 직원(Rioters)'의 수가 2022년 사무실 복귀 이후 어느 때보다 많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그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며 팀들이 그 시간을 훨씬 더 목적의식을 갖고 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