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 사형수 548명 전원의 형량을 감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특사로, 캘리포니아 사형 제도의 사실상 종말을 선언한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조치로 감형된 사형수들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복역하게 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20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이번 발표로 사형제는 명실상부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국가가 승인한 살인은 캘리포니아 가치와 양립 불가"

개빈 뉴섬 주지사는 공개 서한을 통해 "국가가 승인한 살인은 캘리포니아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고, 우리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며, 우리 모두를 작아지게 만든다는 확고한 신념에 따라 이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 제도의 도덕적 문제, 막대한 비용, 인간의 실수 가능성을 감형의 근거로 들었다.

사형 정보 센터(DPI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1978년 이후 사형 제도 유지에 무려 60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를 쏟아부었지만, 같은 기간 실제 집행된 사형은 단 13건에 불과하다.

미국 사형 제도의 현주소

미국 내 사형 지지 여론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올해(2026년) 8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6%가 살인죄 유죄 판결에 대한 사형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73%는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DPIC 집계에 따르면 1973년 이후 미국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203명에 달한다. 또한 사형은 인종적 소수자에게 불균형적으로 적용된다는 비판과 함께, 처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집행 실패'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현재 미국 23개 주는 사형을 완전히 폐지했으며, 법적으로는 존속하더라도 사실상 집행을 중단한 주도 적지 않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차원에서의 사형 확대를 강력히 지지하며, 올해 4월 총살형 도입을 포함한 연방 사형 집행 확대 방침을 밝혀왔다.

"미국 사형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

DPIC의 로빈 마허 사무총장은 "다른 주지사들도 집단 감형을 단행한 적이 있지만, 이번 캘리포니아 주의 규모는 전례가 없다"며 "개빈 뉴섬 주지사는 취임 초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 선언에 이어 이번 집단 감형으로, 캘리포니아와 사형 제도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감형 대상자의 약 3분의 2는 주법에 따라 복수 중범죄 전력자에 대한 사면이 캘리포니아 대법원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조치로 전국 사형 대기자 수는 약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형수를 보유한 주다.

2028년 대선 행보와 엇갈리는 시각

이번 발표는 민주당이 텍사스, 캔자스 등 전통적 공화당 텃밭에서 압승을 거둔 중간선거 직후에 나왔다. '블루 웨이브'로 일컬어지는 이번 선거 결과와 맞물리면서, 뉴섬의 이번 결정이 2028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8년간 주지사직을 맡아온 개빈 뉴섬은 연임 제한으로 약 2개월 후인 내년(2027년) 1월 임기를 마친다. 차기 주지사는 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하비에르 베세라가 맡는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그간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돼 왔으며, 전국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대외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다만 그의 형사사법 정책이 항상 진보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2022년 독방 감금 제한 법안과 2019년 이민단속국(ICE)과 교도소 간 협력 제한 법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때문에 형사사법 개혁 단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