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를 며칠째 달궜던 폭염이 물러가면서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비가 내리고 기온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높은 파도와 강풍, 만조가 겹치면서 해안 지역에서는 침수와 해안 침식 피해가 우려된다.

태평양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하던 열대폭풍 ‘레이첼(Rachel)’은 오늘(9일) 바하 칼리포르니아 방향으로 급격히 진로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북쪽에서 별도의 저기압 2개가 유입되면서 내일(10일) 밤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남가주에 수 시간 동안 중간 강도의 비가 내릴 것으로 국립기상청(NWS)은 전망했다.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비 내릴 가능성 높아

기상 예보관들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를 일요일 오전부터 월요일 밤까지로 보고 있다.

시간당 강수량은 0.25인치 이하로 예상돼 산사태나 토석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예상 누적 강수량은 0.25~0.75인치다.

비와 함께 기온도 크게 내려갈 전망이다.

국립기상청은 오늘과 내일부터 기온이 떨어지는 추세가 뚜렷해져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남가주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70도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주 내내 이어졌던 폭염에서 벗어나는 수준이다.

롱비치·말리부 등 해안 침수 우려

앞으로 며칠간 가장 큰 우려는 해안 침수다.

특히 롱비치와 말리부, 포인트 머구(Point Mugu) 등 남쪽을 향한 해안 지역은 주의가 필요하다.

엘니뇨와 관련된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해수 온도의 영향으로 남가주 조수위는 평년보다 약 1~1.5피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조수위에 저기압, 강한 파도, 시속 20~40마일의 바람까지 겹치면 해안 침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LA·오렌지·벤추라·샌디에고 카운티에는 다음주 화요일인 13일 오후까지 해안 홍수 주의보가 유지될 전망이다.

해변 주차장과 보드워크, 해안 도로가 침수될 수 있으며 일부 도로가 일시적으로 폐쇄되고 해안 침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국립기상청은 피해 규모를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오는 일요일 강풍과 높은 조수위, 저기압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더 심각한 해안 침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롱비치에 모래주머니 배포…해변 접근도 제한

롱비치 반도에서는 이번 주 이미 큰 파도가 보드워크와 도로까지 밀려들었다.

어제(8일는 파도가 해변 주택을 보호하는 방파 구조물을 강하게 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롱비치 시 당국은 어제부터 주민들에게 모래주머니를 배포하고, 과거 침수 피해가 잦았던 롱비치 페닌슐라와 알라미토스 베이 주변 주민들에게 대비를 당부했다.

이 지역은 엘니뇨의 영향을 받은 활발한 허리케인 시즌으로 이미 피해를 겪었다.

노동절 연휴 기간 허리케인 마리의 영향을 받았고, 지난달(9월)에는 허리케인 폴로로 피해가 발생했다.

오렌지카운티와 샌디에고카운티 경계에 있는 샌 오노프리 주립해변에서도 어제 이른 시간 만조와 너울성 파도로 진입 도로 일부가 유실됐다.

최근 수년간 해안 침식이 심해진 이 해변은 올겨울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해변 자체는 계속 개방되지만, 복구 작업으로 인해 오늘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접근이 일부 제한된다.

서프 비치(Surf Beach)의 낮은 지대에 있는 비포장 주차장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차량 출입이 금지된다.

기상 당국은 앞으로 며칠 동안 이안류와 위험한 파도도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변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들은 익사 사고 위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모하비 사막·인랜드 엠파이어는 돌발 홍수 가능성

레이첼의 잔여 열대 수증기는 남가주 대부분 지역에 비교적 적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하비 사막과 인랜드 엠파이어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예보관들은 일요일 모하비 사막과 팜 스프링스, 라스베가스, 유타주 자이언 국립공원, 애리조나주 대부분 지역과 그랜드 캐니언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돌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15%로 제시했다.

반면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 인랜드 엠파이어의 가능성은 5%로 전망했다.

기록적인 엘니뇨 가능성 83%로 상승

이번 비 예보는 현대 기상 관측 기록상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기후예측센터는 어제 기록적인 수준의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을 83%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75%보다 높아진 수치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2~7년 주기로 나타나며, 적도 태평양 중부와 동부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흐름을 바꿔 전 세계 기상에 영향을 미친다.

남가주에서는 강한 엘니뇨가 평균보다 많은 강수량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1957~1958년, 1982~1983년, 1997~1998년의 강력한 엘니뇨는 캘리포니아 전역에 큰 피해를 남겼다.

다만 엘니뇨가 항상 많은 비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2015~2016년 엘니뇨 때는 강수량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해안 침식이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의 주 기후학자인 마이클 앤더슨은 어제 열린 캘리포니아 천연자원국 온라인 세미나에서 태평양의 높은 해수 온도는 대기에 전달될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라며, 겨울철 폭풍이 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 당국은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안 지역 주민들은 침수 가능성에 대비하고 해변에서는 높은 파도와 이안류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