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보험감독관 선거에서 '진보 물결'에 표를 던질까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연방상원의원의 지지를 받는 제인 킴(Jane Kim) 후보가 '진보 물결'에 올라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벤 앨런(Ben Allen) 주 상원의원을 보험감독관 후보로 공식 지지했다.

캘리포니아 보험감독관(insurance commissioner) 선거에 출마한 두 명의 민주당 후보 중 진보 성향의 제인 킴은,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자신의 경쟁자인 벤 앨런 주(州) 상원의원을 공식 지지한 이후에도, 유권자들이 뉴욕시장에 조흐란 맘다니(Zohran Mamdani)를, 미시간 상원의원 후보로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를 밀어올렸던 것과 같은 변화에 대한 갈증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

제인 킴은 1977년 7월 뉴욕 맨해튼 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인 이민 2세로 스탠포드 대학 학부와 UC 버클리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됐다. 이후 녹색당에서 활동할 정도로 강한 진보 성향을 보인 제인 킴은 2007년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회 선거에서 당선돼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최초 한인 선출직 공직자라는 기록을 세웠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카운티 6지구 수퍼바이저까지 올랐다. 2008년부터 민주당원이 된 제인 킴은 이번 캘리포니아 보험국장 선거에서 비록 소속당 민주당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선거의 향방은 유권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 선출직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실망한 유권자들이 주(州) 민주당의 공식 지지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 그리고 11월 선거를 앞두고 쏟아질 광고와 우편물에 유권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前)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였던 제인 킴은 캘리포니아의 방대한 보험시장을 규제하는 보험감독관 자리를 놓고 앨런과 맞서고 있다. 제인 킴은 '전 국민 메디케어(Medicare for All)'와 같은 널리 알려진 진보 정책 노선을 따라,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주(州) 운영 자연재해 보험을 신설하고, 저렴한 자동차보험을 모든 캘리포니아 운전자에게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벤 앨런은 산불 위험 증가와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산불로 인해 오랫동안 이어져온 보험 가입 및 보험료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 보험시장을 안정화·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인 킴의 메시지는 많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예비선거에서 11명의 후보 중 제인 킴은 27% 넘는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앨런은 19%가 넘는 득표율로 2위에 올랐다.

보험 및 소비자 보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UC 어바인 로스쿨의 샤우힌 탈레시(Shauhin Talesh) 교수는 "(제인 킴과 벤 앨런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내부 균열의 축소판"이라며 "둘 다 보험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문제는 캘리포니아주가 얼마나 강도 높게 개입해야 하며, 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 앨런은 최근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공식 지지를 확보했는데, 탈레시 교수는 그가 좀 더 '전통적인' 후보로 여겨지는 만큼 이는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니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에게 무상 커뮤니티 칼리지 혜택을 확보하고, 캘리포니아 최초의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 제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잘 알려진 제인 킴은, 최저임금 인상 등 진보적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계열 정당인 캘리포니아 근로가정당(California Working Families Party)의 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는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 함께 일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다.

탈레시 교수는 "이것이 또 한 번 유권자들이 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기성 정치권에 반기를 드는) 상황이 될 것인가"라며 "민주당이 이를 언제쯤 인식하게 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인 킴에게 없는 것은 주 민주당의 공식 지지뿐만이 아니다. 보험업계는 당연하게도 주정부가 보험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맡도록 하려는 제인 킴의 구상을 경계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단체 컨슈머 워치독(Consumer Watchdog)을 비롯한 일부 소비자 옹호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 단체의 창립자는 현재 캘리포니아 보험법의 기초가 된 주민발의안을 작성한 인물이기도 하다.

컨슈머 워치독의 제이미 코트(Jamie Court) 대표는, 제인 킴이 보험사들이 걷는 보험료의 일부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주정부 운영 자연재해 보험기금이 초기 재원만으로도 수백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는 대형 화재 단 한 건으로도 바닥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인 킴은 자신의 제안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비판자들이 정작 "제도 개혁을 위한 더 많은 논의와 대중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은 다루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인 킴은 비영리언론기관 CalMatters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보험업계가 보험료를 인상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해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집을 잃거나 무보험 상태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 전체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벤 앨런은 CalMatters에 경쟁자의 제안이 "사실상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이라고 말했다. 화재 이후 집을 다시 짓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부유층 주택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근로가정당(Working Families Party) 전국대표 모리스 미첼(Maurice Mitchell)은, 제인 킴의 메시지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진보 물결이 아니라 포퓰리즘 물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리스 미첼은 이번 예비선거 결과를 보면 제인 킴이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와 센트럴밸리(Central Valley) 지역, 그리고 앨런의 지역구가 포함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근로가정당의 캘리포니아 담당 대표 호르헤 콘트레라스(Jorge Contreras)는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벤 앨런 지지 결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제인 킴 지지 대의원들은 자신들의 표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제기했고, 이 때문에 제인 킴 측은 재검표를 요구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대변인 로빈 스완슨(Robin Swanson)은 "표는 정확히 집계됐다"며 "재검표도 이뤄졌고, 결과는 동일했다"고 밝혔다.

콘트레라스는 그 다음 날 캘리포니아 노동연맹(California Labor Federation)이 제인 킴을 공식 지지했다고 전했다.

벤 앨런에게 붙은 '온건파'라는 꼬리표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를 지지하는 인사 중 일부도 이 표현에 이견을 보인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환경분과(Environmental Caucus)의 전 의장이자 정치행동위원회(PAC) '클라이밋 호크스(Climate Hawks)'를 운영하는 RL 밀러(RL Miller)는 "벤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진보 인사"라고 말했다. 클라이밋 호크스는 캘리포니아주 선거에서는 특정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지만, 밀러 개인적으로는 벤 앨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밀러는 "그는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해왔고, 여러 획기적인 기후 관련 법안들을 직접 발의해왔다"며, 요즘의 "부족주의적인 민주당 정치 지형" 때문에 앨런이 상대적으로 더 온건한 후보로 비쳐지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벤 앨런은 환경 분야에서도 탄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유권자들이 2024년 승인한 1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안인 '주민발의안 4호(Proposition 4)' — 산불 예방 재원을 포함하고 있다 — 를 추진하는 데 기여했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법안도 직접 발의한 바 있다.

벤 앨런의 표결 기록은 현재 제인 킴을 지지하고 있는 일부 단체들, 이를테면 캘리포니아 노동연맹의 입장과도 상당 부분 일치해왔다. CalMatters의 '디지털 민주주의(Digital Democracy)'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앨런의 의정 기록은 전반적으로 재계의 이해관계와는 궤를 같이하지 않는 편이었다.

두 후보 모두 보험업계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콘트레라스는 이번 선거에서 자금 흐름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민주주의에 따르면, 재계 단체들은 제인 킴의 예비선거 캠페인에 반대하기 위해 15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그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상공회의소(California Chamber of Commerce)가 후원하는 고용주 연합체 잡스팩(JOBSPAC)을 통해 이뤄졌다.

한편 콘트레라스는 "벤 앨런이 암호화폐 관련 자금을 받았는데, 선거전 막판에 상당한 금액이 유입됐다"고 밝혔다. 선거자금 기록에 따르면, 암호화폐 기업 리플(Ripple)의 공동창업자인 억만장자 크리스 라슨(Chris Larsen)은 지난 5월 캘리포니아환경유권자연맹(California Environmental Voters)이 후원하는 PAC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 PAC은 앨런 캠페인을 지지하는 외부 지출 단체 중 최대 규모다.

콘트레라스는 이번 선거 시즌에 억만장자들이 온건파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왜냐고? 그들은 현상 유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제 제인 킴은 그들에게 있어 '경계해야 할 위협'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인 킴 캠페인에 가장 큰 후원금을 낸 곳은 캘리포니아 근로가정당과 캘리포니아교사협회(California Teachers Association)로, 각각 약 36만 5000달러와 15만 달러를 기부했다.

민주당 계열 정치 컨설턴트로 예비선거 기간 앨런 캠페인에서 잠시 일하다 이후 톰 스타이어(Tom Steyer)의 주지사 캠페인으로 옮겨간 케빈 리아오(Kevin Liao)는, 이번 경합이 다른 지역의 여러 선거전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많은 유권자들이 보험감독관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잘 모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샌더스의 제인 킴 지지나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벤 앨런 지지와 같은 '지름길'식 판단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그는 말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어느 쪽의 '브랜드'가 유권자들을 더 설득하느냐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아오는 "지금은 유권자들, 특히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당 기득권층에 대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좀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운 후보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진보 성향의 스타이어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근 위스콘신주 주지사 후보를 뽑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는, 온건파 민주당원인 데이비드 크롤리(David Crowley)가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프란체스카 홍(Francesca Hong)을 1%포인트도 채 안 되는 격차로 누르고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