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해변, 영화제의 도시로 알려진 로스앤젤레스(LA)가 최근 몇 년 사이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미국에서 모기가 가장 많은 도시다.

올해는 특히 심각하다. 연이은 폭염과 강력한 엘니뇨가 겹치며 최악의 모기 시즌을 만들어냈다. 뒷마당은 물론 야외 식당 테라스까지 모기 떼가 덮치면서 주민들은 "생지옥 같은 여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열기와 습기가 동시에 기승을 부린 2026년은 근래 들어 최악의 모기 시즌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고, 해외 여행객을 통해 뎅기열 등 다른 질병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주 강수 예보와 야간 기온이 영상 10도(5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모기 문제는 당분간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틱톡 이용자는 2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은 영상에서 "평생 LA에서 살았지만 이번 여름처럼 모기가 많은 건 처음이다. 뒷마당에도 못 나가고, 창문을 열고 차에 앉아 있을 수도 없다"고 했다.

10년 만에 최다 웨스트 나일 감염

LA 카운티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올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확진자는 180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모기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샌 가브리엘 모기·해충 방제지구의 아나이스 메디나 디아스 대변인은 "올해는 특히 모기 활동과 질병 발생이 모두 높았다"며 "겨울이 매우 따뜻했고 2~3월에 폭염까지 겹쳐 모기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 카운티 모기 방제지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포집 트랩이 850개에 달한다. 방제지구 공보담당 브라이언 브래넌은 "트랩 하나가 아니라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로 가득 찬 트랩이 850개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토종 모기와 외래 침입종의 협공

남부 캘리포니아의 토종 모기인 '쿨렉스 퀸크파시아투스(Culex quinquefasciatus)'는 주로 조류를 흡혈하는데,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를 보유한 까마귀 등의 새를 물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후 사람을 물 때 전파한다.

하지만 남가주 주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2014년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외래 침입종 '이집트 숲모기(Aedes)' 계열이다. '발목 흡혈귀'라는 별명답게 이 모기는 인간의 피를 선호하고, 한 번의 흡혈로 충분하지 않으면 여러 번 무는 습성이 있다. 지역 주민들의 면역이 낮아 물린 자리에 더 큰 부기와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집트 숲모기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는 관련이 없지만, 뎅기열·치쿤구니야·지카·황열병 등 다양한 질병을 옮길 수 있다. 특히 올해의 습한 기후는 찻숟가락 한 숟가락 분량의 고인 물에서도 번식하는 이 모기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방제 당국의 대응과 한계

가장 효과적이면서 저렴한 예방책은 집 주변의 고인 물을 없애는 것이다. 화분 받침대, 반려동물 물그릇 등 작은 물웅덩이도 번식지가 될 수 있다.

LA 카운티 방제지구의 안젤라 카란치 과학기술 관리자는 "방제 담당자들이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주민들이 많아 철저한 방제에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가 구독형 해충 방제 업체가 아니라는 걸 설득하는 게 방제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방제 당국은 에이커당 약 두 큰술 분량으로 희석한 살충제 광역 살포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X선으로 수컷을 불임화한 뒤 방사하는 방식으로, 일부 실험 지역에서는 해당 모기 개체수를 8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비용이 걸림돌이라는 점이다. 샌 가브리엘 밸리의 시범 사업에서 25에이커(약 10헥타르)를 방제하는 데만 3만 달러가 들었으며, 주민들과 기업들은 세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모기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 긴 소매와 긴 바지 착용으로 피부 노출 최소화
  • 기피제 사용: 실제 효과가 입증된 성분(DEET, 피카리딘, IR3535, 레몬유칼립투스 오일) 함유 제품 선택
  • 고인 물 제거: 화분 받침대, 물그릇 등 작은 물웅덩이도 정기적으로 비우기
  • 전기 파리채 활용: 집 안에 들어온 모기를 처치하는 데 효과적

메디나 디아스 대변인은 "예전에는 모기 걱정 없이 살던 주민들이 많았는데, 이제 그 상황이 달라졌다"며 "모기 기피제를 생활 습관으로 들여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