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 주변에 대규모 보안구역이 설정될 경우 노숙자 약 6,000명이 거처를 옮겨야 할 수 있다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UCLA와 USC 사회과학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LA 올림픽 기간 경기장 주변에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안구역을 기준으로 5,975명의 노숙자가 이동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연구진은 이번 수치가 아직 보안구역의 정확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출한 예비 추정치라고 설명하면서도, 올림픽을 앞두고 노숙자 문제를 어떻게 인도적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안구역 1마일 기준 약 6천 명

LA카운티는 올해 초 약 24곳의 올림픽 경기장 인근에 약 1,600명의 노숙자가 거주하고 있어 대회 기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UCLA와 USC 연구진은 실제 영향을 받을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LA시에 거주하는 약 4만4,000명의 노숙자 분포를 지도에 표시한 뒤,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 반경 1마일의 가상 보안구역(security zones)을 설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이동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원이 5,975명으로 추산됐다.

다만 실제 보안구역의 크기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기장 반경 0.5마일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할 경우 이동 대상은 약 2,191명, 반대로 반경 2마일까지 확대하면 1만5,988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림픽 조직위원회 LA28 측은 경기장별로 보안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경기장에 동일한 보안구역이나 일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 보안구역은 연방·주·지역 공공안전 기관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결정하며, 연방 비밀경호국이 이를 이끌 예정이다.

LA카운티 노숙자 7만3천 명 넘어

LA카운티 전체 노숙자 규모는 7만3,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4만4,000명이 거리나 차량, 기타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다.

연구진은 올림픽 경기장 주변에서 노숙자들이 이동하게 될 경우 단순히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USC 사회복지학과 벤 헨우드 교수는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노숙자 문제를 누가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계획할 것인지에 행정적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헨우드 교수는 “어려운 문제인 만큼 더 늦기 전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LA다운타운·엑스포지션 팍에 가장 많이 몰려

보안구역으로 인해 가장 많은 노숙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LA 다운타운과 엑스포지션 팍 일대다.

LA 메모리얼 콜리세움, 크립토닷컴 아레나, LA 컨벤션센터, USC 갈렌센터, BMO 스타디움 등 여러 올림픽 경기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반경 1마일 안에 약 3,633명의 노숙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예상 이동 대상자의 60% 이상이다.

베니스 비치 주변에서는 약 679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곳에서는 트라이애슬론과 도로 사이클 경기 등이 열릴 예정이다.

또 야구 경기가 열리는 다저스타디움 인근에도 약 635명, 3대3 농구와 스케이트보드, BMX 등의 경기가 예정된 샌퍼낸도 밸리 일대에는 약 614명의 노숙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분석에는 롱비치와 패서디나 지역이 포함되지 않았다.

두 도시는 자체적으로 노숙자 문제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UCLA 캠퍼스에 들어설 선수촌 주변의 노숙자 규모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진은 향후 관계 당국이 실제 보안구역의 정확한 범위를 결정하면 보다 정밀한 수치를 다시 산출할 계획이다.

“노숙자 내쫓는다고 문제 해결되지 않아”

연구진은 경기장 주변에서 노숙자들을 단순히 이동시키는 방식으로는 노숙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보안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노숙자들을 이동시키면서 대피소나 복지 서비스, 주거 지원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노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단지 보이지 않게 만들고 부담을 노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3주간 열리는 국제 행사가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간적 존엄성을 희생시키는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리 올림픽 당시에도 강제 이동 논란

연구진과 노숙자 지원단체들은 과거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정부는 대회가 열리기 1년여 전부터 수천 명의 노숙자를 버스에 태워 리옹과 마르세유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경기장 주변뿐 아니라 올림픽 성화 봉송 경로에서도 노숙자들이 이동 대상이 됐다.

당국은 새로운 지역에서 이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부 이주자들은 실제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여러 자선단체는 당시 조치가 사실상 ‘사회적 청소(social cleansing)’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LA 올림픽을 2년 앞둔 가운데 연구진은 LA시와 카운티가 경기장 주변 노숙자 이동 문제를 뒤늦게 다루기보다, 실제 보안구역과 지원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