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돈도비치 보드워크까지 바닷물 밀려와…일부 업소 매출 감소·영업 차질
남가주 해안에 기록적인 만조(High Tides)가 이어지면서 레돈도비치와 뉴포트비치, 롱비치, 라구나비치, 헌팅턴비치 등의 해변 식당과 술집들이 잇따라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업소는 물을 퍼내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출 감소와 시설물 파손 등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오늘(29일)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레돈도비치 국제 보드워크에 있는 스포츠 바 ‘더 슬립(The Slip)’의 공동 소유주 라셸 메레네스는 이번 주 휴가 중 직원들로부터 침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어제(28일) 아침 직원과 통화하던 중 한 직원이 시에서 설치한 쓰레기통이 바닷물에 떠내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메레네스는 “이 정도로 많은 물이 밀려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며 “모래주머니를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 우리 모두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는데, 이런 날씨는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바 앞에 정박해 있던 하우스보트 주민들이 물을 빼내는 작업을 도왔고, 일부 고객은 보드워크가 잠긴 구간을 뗏목과 보드를 타고 지나가기도 했다.
메레네스와 동업자들은 아예 물속에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수영장 바’를 만들자는 농담까지 나눴다고 전했다.
모래주머니로 버티지만 매출 30% 감소
메레네스는 랜들 라페이, 카를로스 라이고자와 함께 더 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메레네스는 월요일부터 매일 바닷물이 레돈도비치 방파제를 넘어 업소 안으로 밀려들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험한 침수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모래주머니와 습식 청소기를 이용해 매일 아침 바닥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있다.
오후가 되면 물이 빠져 햄버거와 맥주를 판매하고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평소 영업을 재개하지만, 침수 소식을 접한 일부 고객은 방문을 꺼리고 있다.
메레네스와 라페이는 화요일 매출이 평소보다 약 30%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업소 측은 지난주 실내외 페인트칠을 새로 마친 상태여서 물로 인해 공사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다만 창문을 완전히 닫을 수 있어 부두 인근 다른 업소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수제맥주 펍 ‘프로젝트 발리(Project Barley)’는 1930~40년대 부두 어업 공동체 시절부터 사용해 온 말아 올리는 형태의 출입문 때문에 바닷물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공동 소유주 조 스미스는 “물가에 개방형 바를 운영하면 손님을 끌어들이는 장점이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발리와 인접 업소 ‘넥스트 도어 바(Next Door Bar)’는 월요일에는 침수 피해가 없었지만, 화요일에는 두 곳 모두 물이 들어찼다.
특히 넥스트 도어 바는 원목 바닥이 손상돼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바닥에 플라스틱 방수 시트를 깔아 놓았다.
스미스는 과거에도 가벼운 침수를 경험했지만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물속을 걸어 다녀야 할 정도로 침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물이 빠지고 청소와 건조 작업이 끝나면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주에는 침수 피해를 고려해 맥주 가격을 1달러 할인하고 있다.
할로윈 의상 경연대회와 오디션, 라이브 음악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일부 업소는 방문객 증가로 매출 오히려 늘어
레돈도비치에서 1953년부터 영업해 온 해산물 전문점 겸 마켓 ‘퀄리티 시푸드(Quality Seafood)’는 오히려 지난해(2025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침수 상황을 직접 확인하려는 방문객들이 부두와 보드워크를 찾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이 업소는 살아 있는 해산물을 보관하는 수조를 갖추고 있어 소량의 물이 들어오는 상황에는 비교적 잘 대비돼 있다.
침수 현장을 목격한 매장 매니저 애덤 헐리는 이번 상황을 격렬한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보다는 욕조에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것에 비유했다.
라구나비치와 롱비치 일부 지역에서 관측된 거센 파도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실제 침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매장이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고객들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29년째 근무 중인 마샤 밤바 총괄 매니저는 어제 일부 침수가 있었고 오늘도 추가 침수를 예상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밤바 매니저는 “엘니뇨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실제로 상황을 보기 전까지는 믿지 않는 편”이라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우리는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약 29년간 일했지만 단 하루도 문을 닫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라구나비치의 ‘로스트 피어 카페(Lost Pier Cafe)’는 10월 들어 여러 차례 강한 파도가 야외 테라스와 해변 주차장을 덮쳤다.
이번 주에도 주차장은 보수 작업을 위해 폐쇄됐지만, 카페는 정상 영업 중이다.
롱비치 햄버거 가게는 하루 휴업…복구 과정도 부담
롱비치의 헤비메탈 콘셉트 햄버거 전문점 ‘그릴 엠 올(Grill ’Em All)’은 월요일 침수로 문을 닫아야 했다.
업주 매튜 처너스는 2023년 알함브라 매장을 정리하고 롱비치 알라미토스 반도에 있는 베이쇼어비치로 영업 거점을 옮겼다.
처너스는 이전에도 높은 만조를 경험했지만, 자신의 업소가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은 올해(2026년) 5월이 처음이었다.
이후 조수 예보 앱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를 준비하는 등 대비해 왔다.
그러나 해수 온도 상승과 높은 해수면, 평소보다 큰 파도가 겹치면서 이번에는 야외 테라스와 식당 내부까지 발목 높이의 물이 들어찼다.
처너스는 “월요일 만조는 엄청난 규모였다”며 “모래주머니와 방수포를 설치했는데도 유리창 틈과 바닥, 옆문 등 작은 틈으로 물이 계속 들어왔다”고 말했다. 물길을 막으려 해도 물이 장애물을 피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침수를 재정적 손실이라고 표현했지만, 직원들의 근무 일정을 취소하거나 다시 조정해야 했던 점과 복구 작업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담도 컸다고 밝혔다.
무릎을 다칠 정도로 청소와 시설물 정리에 매달렸고, 진흙과 모래로 뒤덮인 채 귀가하기도 했다.
모래가 쓰레기통에 쌓여 시멘트처럼 무거워지면서 쓰레기 수거 일정까지 다시 조정해야 했다.
처너스는 “물이 마르고 나서야 진짜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시로 설치한 모래 둑이 추가 파도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침수를 계속 막을 수는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1~12월 만조 더 높아질 전망…엘니뇨 폭우까지 우려
과학자들은 11월과 12월에 만조 수위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높은 파도와 거친 바다뿐 아니라 엘니뇨에 따른 많은 비까지 예상되면서 해안 업소들은 앞으로 더 심각한 기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발리의 스미스는 “최근 만조 수위가 6.6피트였는데, 11월 중순이나 말에는 8피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동업자 브렌턴 리거와 함께 더 강력한 방수 장벽을 설계하며 엘니뇨에 대비하고 있다.
더 슬립의 한 매니저는 폭풍이 잦아질 것이라는 예보에 대응해 포장과 배달 주문에 더욱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그릴 엠 올의 처너스도 방수포와 모래주머니, 모래 둑을 계속 보강하며 11월과 12월을 준비할 계획이다.
처너스는 “월요일과 같은 상황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자연의 힘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또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