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면서 캘리포니아의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차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LA타임스가 오늘(2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2025년) 12월 예고했던 이번 조치를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고 소비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발표에는 여러 자동차 업체 경영진도 함께했다.
새 규정은 1970년대부터 연방정부가 시행해온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에 적용된다.
당시 미 자동차의 평균 연비는 갤런당 약 13마일에 불과했다.
이번 규정에 따라 2031년형 차량의 연비 기준은 갤런당 34.9마일로 설정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규정에 따르면 같은 차량의 기준은 50.4마일이었을 전망이다.
숀 더피 연방 교통장관은 이번 조치가 자동차 업체에 가정이 원하지 않는 비싼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강요했던 “불법적인 의무”를 끝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피 장관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자동차 가격 부담을 낮추고 더 안전한 차량을 도로에 투입하는 동시에 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비 낮아지면 주유비 부담 커질 수 있어
반면 전문가들은 완화된 기준이 자동차 업체들이 더 크고 무거우며 연료 효율이 낮은 차량을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청정차량·기후·에너지 담당 디렉터 캐시 해리스는 이번 규정이 자동차 업계에 차량의 연비를 더 높일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자동차 업계의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경제적 부담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개솔린 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개솔린 가격은 갤런당 평균 약 6달러 37센트다.
해리스는 연비 기준 완화가 결국 소비자들의 주유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의 친환경차 정책과 충돌 가능성
자동차의 갤런당 주행거리 기준은 연방정부만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기후변화와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1마일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배기관 배출가스 규제 권한을 없애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으며, 캘리포니아가 추진해온 2035년 신규 개솔린 차량 판매 금지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UCLA 환경법 교수 앤 칼슨은 이러한 조치들이 함께 시행될 경우 캘리포니아의 대기오염과 기후 목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칼슨 교수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자동차 연비를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업체에도 영향
이번 연비 기준 변경은 캘리포니아와 연관된 전기차 업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UCLA의 칼슨 교수에 따르면 새 규정은 전기차 업체들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규제 크레딧을 판매해 연비 기준을 충족하도록 지원할 수 있었던 기존 제도를 없앤다.
이에 따라 리비안, 테슬라, 루시드 등 캘리포니아와 연관된 전기차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비 기준 완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으며 전통적인 개솔린 차량 대신 전기차 판매를 사실상 유도했다고 주장해온 석유업계와 일부 자동차 업체들에는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대변인 조디 틴슨은 이번 규제 개편을 환영한다며 새로운 기준이 시장 현실에 더욱 부합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다양한 차량과 동력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법적 대응 가능성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다른 주정부와 환경단체들은 새로운 연비 기준에 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환경단체 연합들은 이미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정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환경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연비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고 지역사회의 대기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타 검찰총장은 캘리포니아가 소비자와 공중보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는 각 주정부가 전기차 인프라와 보조금 등을 통해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을 계속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소비자들의 주유비 부담을 낮추고 기후와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 깨끗하고 연료 효율이 높은 차량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석유 소비 감소 전망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연비 기준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석유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기준으로 2050년까지 2024년의 연평균 석유 소비량을 기준으로 약 13억 배럴의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기준이 2050년까지 약 700억 갤런의 개솔린 소비를 줄이고, 같은 기간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억1,000만 미터톤 이상 감축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