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고속도로에 우버 승객을 내려준 뒤 해당 승객이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우버와 운전자에게 총 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중재 판정이 내려졌다.

숨진 에밀리 노먼딘-파커의 부모인 캐럴 노먼딘과 켄 파커는 어제(17일) ABC 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딸의 사망 당시 상황과 이번 중재 판정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당시 23살이었던 에밀리는 2022년 UCLA를 졸업한 뒤 친구 루나 무어와 함께 외출했다가 우버를 타고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중재 판정에 따르면 차량 안에서 무어가 몸이 좋지 않자 운전자 부 트란은 오렌지카운티의 73번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이들에게 요금을 요구하며 강제로 하차시켰다.

문제의 장소는 고속도로 출구로 빠지는 램프 인근의 삼각형 모양 공간인 이른바 ‘고어 포인트(gore point)’였다.

중재 판사 “위험하고 불법적인 장소”

중재를 맡은 리처드 A. 스톤 퇴직판사는 이곳을 “위험하고 불법적인 장소”라고 판단했다.

스톤 판사는 트란이 인근 맥아더 블러버드 출구로 빠져나가 안전한 장소에서 두 여성을 내려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판정문에 따르면 트란은 두 여성이 술에 취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무어와 차량 청소비 문제로 언쟁을 벌인 뒤 두 사람을 고속도로 갓길에 방치했다는 설명이다.

에밀리는 이후 고속도로로 들어섰고 지나가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GPS 기록에 따르면 트란은 에밀리의 시신 인근을 지나간 뒤 다음 출구로 빠져나갔으며, 이후 우버에 전화를 걸어 청소비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톤 판사는 트란의 증언에 대해 “대체로, 사실상 거의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고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트란이 승객들의 안전보다 새로 구입한 차량에 대해 훨씬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두 여성을 안전한 장소로 데려갈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운전 관련 불만 접수

유가족 측 변호인들은 중재 과정에서 트란의 운전과 관련해 과거에도 우버에 여러 차례 불만이 접수됐다는 증거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한 승객은 트란의 운전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것 가운데 “가장 안전하지 않은” 차량 운행이었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승객은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에게 각각 2천만 달러 배상

5일간 진행된 중재에서 스톤 판사는 에밀리의 부모에게 각각 2,000만 달러씩, 총 4,00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판정했다.

우버와 트란은 해당 금액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게 됐다.

에밀리의 친구 무어에게는 별도로 30만 달러가 지급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았다.

“우버는 단순한 기술회사가 아니다”

스톤 판사는 우버가 운전자 트란의 과실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우버가 단순히 승객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기술회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버 앱을 통해 대중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며 요금을 설정하고 승객의 이용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2020년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승인한 주민발의안 22도 우버의 책임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민발의안 22는 앱 기반 운전자들을 직원이 아닌 독립 계약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우버 “판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버 측은 이번 판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버 대변인은 “어떤 가족도 자녀를 잃는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중재 과정은 존중하지만 중재인이 이번 사건에 대해 우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우버 측은 그동안 안전 정책을 강화해 왔으며, 운전자들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장소에서 승객을 내려주는 행위를 피하도록 추가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 우버 안전정책 개선 촉구

에밀리의 부모는 딸의 사망 이후 차량호출 서비스의 안전과 기업의 책임 강화를 위한 ‘에밀리 노먼딘-파커 재단’을 설립했다.

유가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이번 중재 판정으로 지급받게 될 배상금은 재단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가족 측 변호사 이언 샘슨은 우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정책과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재 판정 이후 우버가 판정 내용을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