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00만 달러짜리 주택이 더 이상 특별한 고급 주택을 의미하지 않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집값 상승으로 100만 달러 이상 주택이 크게 늘면서 특히 캘리포니아 등 고가 주택시장에서는 100만 달러가 오히려 주택 구입의 ‘입문 가격’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분석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 가운데 100만 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주택은 2005년 약 150만 채에서 2024년 690만 채로 급증했다.
전체 주택시장에서 100만 달러 이상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년 전 약 2%에서 현재 8%까지 높아졌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하와이에서는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약 40%가 100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됐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DC에서도 약 3채 중 1채가 100만 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시시피, 노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100만 달러 이상 주택이 전체의 약 1%에 불과했다.
LA에서는 100만 달러가 ‘입문 가격’
고가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지역인 LA에서는 100만 달러라는 기준이 이미 오래전부터 고급 주택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잃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중개업체 더 에이전시(The Agency)의 공동 창업자이자 부회장인 빌리 로즈는 LA에서는 높은 소득과 고가 주택이 워낙 많아 100만 달러 주택이 사실상 시장 진입 가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남가주 첫 주택 구입자들은 아예 250만~300만 달러 정도에서 주택 검색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높은 가격뿐 아니라 매물 부족도 주택시장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로즈 부회장은 낮은 금리 시절 형성된 높은 집값을 기준으로 가격을 유지하려는 셀러와 더 좋은 가격을 기다리는 바이어 사이에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만 달러 바로 아래 주택에 거래 몰려
흥미로운 점은 100만 달러라는 숫자가 실제 주택 구매자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NAR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00만 달러 바로 아래 가격에 거래된 주택 수는 100만 달러를 조금 넘는 가격에 거래된 주택보다 약 2.4배 많았다.
구매자들이 검색 가격을 100만 달러 아래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출이나 세금 부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의 이른바 ‘맨션세(mansion tax)’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에서는 1989년부터 100만 달러 이상 주택 구매에 1%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당시의 100만 달러는 현재 약 270만 달러에 해당하지만 세금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10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1만 달러의 추가 세금이 발생한다.
전국 주택시장 양극화
한편 전국 주택시장은 현재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질로우 조사에서는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강해지는 반면, 초보 구매자용 주택의 거래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부유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K자형 경제’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