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규제를 둘러싼 미국 내 여론과 의회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AI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은 광범위하게 공유되지만,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 앞에서는 정치 성향별로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정지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퍼블릭 퍼스트와 공동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AI가 인류를 파멸시킬 실질적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AI 개발을 늦추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응답자 복수(43%)는 더 책임감 있고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뒤처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지만, 37%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경쟁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고 맞섰다. 특히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경쟁 우선 입장이 50% 대 38%로 우세했다.

의회도 양분… 공화당 "중국에 내줄 수 없어", 민주당 "경쟁이 규제 회피 이유 못 돼"

이 같은 여론 분열은 AI 안전 문제가 의회 논의의 전면에 부상한 가운데 연방의회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법안 형태가 아직 뚜렷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 경쟁에 대한 우려는 초당적 협상의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 의원 다수는 이번 주 인터뷰에서 AI 개발을 잠시라도 멈추면 중국이 미국의 능력을 앞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크 산업을 감독하는 연방하원 에너지통상 위원장 브렛 거스리 하원의원(공화·켄터키)은 오늘(9월17일) 워싱턴에서 열린 폴리티코 AI 서밋에서 "절대 항복할 수 없다"며 "AI 개발을 멈추는 것이 바로 그것(항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입법이 너무 복잡해 서두를 수 없다며 자신이 이끄는 위원회가 내년(2027년) 전에 AI 법안을 다루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이번 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AI 안전 우려를 "사기(HOAX)"라고 일축하고 연방 규제가 도입되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정책 딜레마를 다소 가볍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킬러 로봇이 나온다면, 차라리 미국 킬러 로봇이 낫다"고 말했다. 크루즈 의원 역시 테크 분야 감독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민주당은 중국의 AI 굴기를 우려하면서도, 경쟁이 규제를 피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맞선다. 하원 진보코커스 의장 그레그 카사르 의원(민주·텍사스)은 같은 서밋에서 "AI 경쟁은 이기는 군비경쟁이 아니다"라며 "끝내야 할 군비경쟁이며, 우리는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과 손잡고 AI가 인류에 가하는 실존적 위협을 막기 위해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 전직 앤스로픽 연구원이 AI가 "우리 모두를 죽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레그 스탠턴 의원(민주·애리조나)은 "혁신에서도, 안전에서도 모두 선도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누구라도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고 한다면, 미국의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 잡으려는 목소리도

일부 의원들은 양쪽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려 하고 있다. 대중국 특별위원회를 이끄는 존 물레나르 의원(공화·미시간)은 의회가 "공공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AI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상식과 신중한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시 고트하이머 의원(민주·뉴저지)은 중국이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있다"며 "경쟁에서 이탈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과의 AI 협력, 논의해야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앞둔 가운데, AI 안전 협력을 의제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더욱 날카롭게 갈렸다. 조 윌슨 의원(공화·사우스 캐롤라이나)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AI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지 묻자 "시진핑을 신뢰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신뢰한다"고 짧게 잘랐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는 AI 군비경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실수라며, 냉전 시대 소련과의 핵실험·미사일 배치 제한 조약을 전례로 들었다. 테드 리우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AI가 스스로 핵무기를 발사하는 일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도록" 요청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이 AI에서 취한 선도적 입장을 다른 나라들이 따르도록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