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취업 시장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때 취업 지원자의 성의와 열정을 보여주는 필수 서류로 여겨졌던 자기소개서(Cover Letter)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 추세다. 특히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수준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지원자의 역량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저드 케슬러 교수는 “이제는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것을 넘어 누구나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만들 수 있다”며 “더 이상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AI의 확산으로 취업 지원자 수도 급증했다. 링크트인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채용 공고 한 건당 지원자 수는 2022년 유사한 직종과 비교해 두 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채용 담당자들이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일일이 읽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인적자원관리협회(SHRM)의 조니 테일러 회장은 “자기소개서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으며 다시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원자가 너무 많아 정성스럽게 작성한 글을 읽을 여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지원 서류의 1차 심사까지 AI에 맡기고 있다. AI가 작성한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AI로 만든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이를 다시 AI가 평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이버보안업체 아크틱울프의 제이슨 베이커 부사장은 자기소개서에 담긴 지원자의 진솔한 경험과 개성이 여전히 채용 담당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상적인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던 지원자를 기억했다가 다른 채용 기회가 생겼을 때 다시 면접에 초대한 사례도 소개했다.
취업정보업체 몬스터의 비키 살레미 전문가 역시 기업과 채용 담당자에 따라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다르다며, 지원하는 직무에 맞춰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작성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자기소개서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의 추천서, 직접적인 인맥 형성, 대면 네트워킹 활동 등이 채용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대신 작성할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과 인간관계가 취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