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오픈AI 연구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운영하던 AI 테마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가 반도체 주가 급락과 마진콜 압박 속에 자산 규모 450억 달러에서 약 1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대 400%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 레버리지에 발목이 잡히면서, 20대의 이 젊은 펀드매니저는 SK하이닉스, 코어위브 등 큰 타격을 입은 종목을 포함한 레버리지 공개주식 투자분을 모두 켄 그리핀의 시타델에 헐값에 넘겨야 했다.

이번 사태는 2024년 발표한 AI 관련 선언문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유명세를 얻은 뒤 펀드를 설립했던 아셴브레너에게 극적인 반전이자, 자금 운용 경험 부족과 과거 FTX와의 인연을 두고 비판을 받아온 그의 이력에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이 되고 있다.

2년 전 아셴브레너는 자신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미래를 명확히 내다보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오픈AI 출신인 그는 165쪽에 달하는 방대한 에세이에서 실리콘밸리의 필독서로 자리 잡으며, 다가올 인공초지능 시대의 일종의 예언자 같은 존재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번 주, 그가 운영하는 AI 테마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2024년 6월 화제가 됐던 그의 선언문 제목이기도 하다)가 반도체 주가 급락과 월가의 마진콜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면서, 아셴브레너의 비전에도 한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번 달 초 정점에 달했을 당시 이 펀드의 자산 규모는 45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목요일(7월30일) 기준, SK하이닉스와 코어위브 등 큰 타격을 입은 종목을 포함한 레버리지 주식 투자분 전부를 켄 그리핀의 시타델에 할인된 가격으로 넘길 수밖에 없게 되면서 펀드 보유 자산은 약 100억 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아셴브레너의 급부상과 급추락 스토리는 월가와 테크업계 양쪽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며, 그는 AI 붐과 함께 나타난 변동성이 낳은 가장 유명한 피해 사례로 떠올랐다.

19세에 컬럼비아 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아셴브레너는 논란이 많은 인물이면서도, 그의 온라인 팬들 사이에서는 다음 시대를 내다보는 천재로 여겨졌으며, 이들은 유망 AI 종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그의 펀드 분기 공시를 꾸준히 지켜봐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달 하락세 이전까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는 설립 이후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널은 당시 아셴브레너가 불과 24세였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한편 비판론자들은 그가 2024년 7월 펀드를 설립하기 전까지 자금 운용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성과가 실력보다는 운에 가깝다고 평가해왔다. 일부는 그의 초기 경력이 몰락한 암호화폐 기업 FTX에서 시작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는데, 그는 그곳에서 이후 불명예 퇴진한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바하마의 한 펜트하우스에서 자선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도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트레이더들을 포함한 월가의 다른 인사들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최대 400%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했다는 보도를 감안하면, 이번 붕괴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월가 코칭업체를 운영하는 제리 디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파국이 벌어질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벌어질지의 문제라고 봐왔다"며 "AI에 대한 그의 장기적인 시각은 맞을 수 있지만, 공개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상황에도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헤지펀드 측은 CNBC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타델에 매각하기 전인 이번 주 초 기준,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보유 자산의 약 3분의 2는 공개시장 주식에 대한 롱·숏 포지션이었으며, 나머지는 비상장기업 지분으로 그중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앤스로픽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CNBC 취재원들은 비공개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조건으로 익명을 요구했다.

CNBC의 데이비드 페이버에게 전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의 사실상 붕괴는 이 펀드매니저의 결혼식이 이번 주말로 예정된 시점과 맞물려 발생했다. 포춘의 프로필 기사에 따르면 아셴브레너는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비서실장인 아비탈 발위트와 약혼한 상태다.

"괴짜스러움"과 "비타협적 성향"

의사 부모 밑에서 독일에서 태어나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아셴브레너는 여러 프로필 기사와 팟캐스트 인터뷰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수학과 컴퓨터과학에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독일 학제에서 여러 학년을 건너뛰어 15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10대 시절 컬럼비아대학교 재학 중 '실존적 위험과 성장(Existential Risk and Growth)'이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컬럼비아대 동창인 소피아 몬트로네는 2021년 졸업을 앞두고 화상통화로 처음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셴브레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몬트로네는 CNBC에 "그가 학교에서 이미 유명한 왕자님 같은 존재였던 건 전혀 아니었다"며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차석 졸업생이었던 몬트로네는 당시 그와의 만남에서 그가 "아이 같고" 사회적으로 다소 서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아셴브레너는 자신의 성격, 즉 스스로 "괴짜스러움"과 "비타협적 성향"이라 부르는 특성이 독일 문화에서는 억눌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오히려 자신의 강점의 원천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그는 학교 내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지부를 공동 설립했는데, 이는 창업자들이 인류를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테크업계에서 인기 있는 사상이다.

이 네트워크는 그의 커리어로 이어지는 통로가 됐고, 결국 2021년 졸업 후 또 다른 효율적 이타주의 지지자인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일하게 됐다. 그는 FTX가 붕괴하기 전, FTX의 자선사업 부문인 퓨처펀드에서 잠시 근무했다.

2023년 아셴브레너는 오픈AI의 '슈퍼얼라인먼트' 팀에 합류해 일리야 수츠케버 아래에서 AI가 인간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유지하는 문제를 연구했다. 오픈AI 내부 시스템이 해커에게 뚫린 이후, 그는 회사의 보안 수준이 외국의 스파이 활동을 막기에 충분치 않다며 중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는 경고 메모를 이사회에 보냈다.

2024년 오픈AI는 그가 기밀정보를 부적절하게 유출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했는데, 아셴브레너는 이러한 회사 측 설명에 반박하며 자신은 회사의 보안 관행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오픈AI에서 함께 AI 안전성 연구를 했던, 현재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 재직 중인 컴퓨터과학자 스콧 애런슨은 이번 주 CNBC에 보낸 이메일에서 "오픈AI에 있을 때 나는 레오폴드를 좋아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이 승인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그가 퇴출됐을 때 안타까웠다"며 "그는 옳은 일을 하려던 것처럼 보였고, 회사가 과잉 대응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픈AI 측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하며, 당시 회사가 아셴브레너의 여러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성명을 참고하라고 답했다. 컬럼비아대학교와 해당 학교의 효율적 이타주의 지부 측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프·깃허브 투자자들의 지원

오픈AI를 떠난 지 몇 주 만에, 아셴브레너는 자신이 선도적인 AI 기업에서 쌓았던 짧은 경험을 인공지능과 세상의 미래에 대한 거대한 비전으로 바꿔놓았다.

2024년 6월 발표한 그의 에세이는 범용인공지능(AGI)이 불과 몇 년 안에 도래할 수 있으며, 각국 정부가 그 발전 속도를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아셴브레너가 AI의 미래 궤적에 대해 값진 통찰을 지닌 천재라는 증거로 받아들인 반면, 비판론자들은 그가 기술의 단기적 역량과 자신이 미래를 확신하는 정도 모두를 과장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7월, 아셴브레너는 자신의 급부상한 명성을 자본으로 삼아 헤지펀드의 시드 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스트라이프 공동창업자인 패트릭 콜리슨과 존 콜리슨 형제,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 투자자 대니얼 그로스로부터 알려진 바로는 2억 2,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최근 월가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2년간의 질주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아셴브레너는 "머지않아 세상은 눈을 뜨게 될 것"이라며, AI 업계 안에서도 다가올 미래를 아는 사람은 불과 몇백 명에 불과하다고 썼다. 그는 이어 "만약 그들이 미래를 어느 정도라도 정확히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 거친 여정을 앞두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