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은 오랫동안 안정된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여겨졌다. 특히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미주의 한인 가정에서는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더라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최근 고용시장에서는 이러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대학 졸업이 곧 취업 보장'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뉴욕 대도시권의 22~27세 청년층 고용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일부 기간에는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청년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6월에는 두 집단의 실업률이 모두 7.7%로 같았으며, 9월에는 대졸자 7.3%, 비대졸자 8.1%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대졸자의 취업 우위가 크게 약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시 감사관실도 지난 5월 보고서에서 대졸 청년의 실업률이 비대졸 청년보다 높아진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한인 가정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부모는 수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부담했고, 자녀 역시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취업시장에 뛰어들면 수십 곳에 이력서를 보내도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하는 데다 과거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자료 분석, 보고서 작성, 기초 프로그래밍 등의 업무를 AI가 대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테크업계에서는 신입직원 채용이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 능력보다 의사소통 능력과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이러한 경험을 쌓을 첫 직장부터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갤럽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졸업 후 취업 전망은 불투명해지면서 대학 교육에 투자한 만큼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졸자의 평균 임금은 여전히 비대졸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에 도달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