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며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전통적인 ‘아메리칸 드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 급등으로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내 집 마련 등 주요 인생 계획이 전반적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수전 와처 부동산·금융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대대적 연기(Great Postponement)’라고 표현했다.
와처 교수에 따르면, 20세기 미국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뒤 결혼하고 집을 구입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반적인 인생 경로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러한 순서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규 주택 구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주거비는 크게 증가했다.
모기지 금리는 약 3%에서 6%대로 상승했고, 주택 가격도 40%가량 올랐다.
젊은층의 부모 의존도 높아졌다.
Realtor.com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35세 미만 성인 가운데 부모와 함께 거주한 사람은 2,520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3명 중 거의 1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70%는 직장을 갖고 있었으며,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높은 주거비 때문에 독립하지 못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과 출산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초혼 연령의 중간값은 1975년 남성 23.5세, 여성 21.1세에서 최근 남성 30.8세, 여성 28.4세까지 높아졌다.
첫 아이를 낳는 평균 연령 역시 2016년 26.6세에서 2023년 27.5세로 상승했다.
와처 교수는 결혼과 출산 지연에는 여성의 교육과 직업 기회 확대 등 사회적 요인도 있지만, 주택 구입 지연은 상당 부분 경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10년 전 3.45% 수준이었지만 올해(2026년)에는 6.58%까지 올랐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주택구입능력지수도 2023년 97 수준에서 올해 5월 105.1로 대다수 가정은 집을 사는 것이 어려워졌다.
와처 교수는 특히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여부가 젊은 세대의 주택 구입 가능성을 크게 좌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에게 물려받거나 지원받을 자산이 있는 젊은층은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같은 능력과 소득을 갖고 있어도 훨씬 큰 장벽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부모의 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기회가 갈리는 ‘K자형 경제’로 더욱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와처 교수는 주택 공급 확대와 저렴한 주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아메리칸 드림이 다시 한번 태어난 가정의 경제력보다 개인의 기회와 노력에 의해 결정될 수 있도록 주거정책이 충분히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