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로키엘에서 수령 200년의 미루나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제거됐다.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나무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에 있었으며, 시위대는 7월 말부터 수관에 설치한 발판을 번갈아 점거하며 70일 넘게 나무를 지켜왔다.
가디언의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월요일 새벽 연방 요원 80여 명이 사유지에 자리 잡은 농성 캠프에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하고 나무 접근을 막았다. 현장 목격자들의 설명과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사진에는 요원들이 크레인에 달린 철제 바구니를 타고 올라가 농성자를 강제로 내려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목격자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달려간 사람들도 밀쳐지거나 넘어뜨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구간의 장벽 시공업체인 피셔 샌드 앤드 그래블 측이 굴착기로 나무를 밀어 쓰러뜨렸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국경지역 담당자인 에릭 메자는 세관국경보호국(CBP)에 편지를 보내는 등 수개월 동안 나무 보존을 추진해왔다면서 그는 나무가 쓰러지는 광경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 나무를 중심으로 모였던 지역사회가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은 시공업체가 7월 27일 인근의 다른 오래된 미루나무들을 쓰러뜨린 뒤 시작됐다. 시위대가 지키려던 나무들은 지하수의 지속적인 공급에 의존하는 하천변 숲의 주요 수종으로, 생물다양성센터의 러스 맥스패든은 이런 숲이 애리조나와 남서부 전역에서 위협받는 생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장벽이 들어서는 산라파엘 계곡은 고지대 초원으로, 양옆의 파타고니아산맥·우아추카산맥과 함께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주요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이룬다. 재규어와 오셀롯, 곰 등이 이 지역을 오가며, 최근에는 비버와 호저도 이동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일대에는 높이 30피트의 장벽 두 줄이 건설되고 있다. 국토안보부(DHS)는 같은 높이의 1차 장벽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하는 2차 장벽을 88마일 완공했으며, 추가로 444마일을 공사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 공사 구간의 상당 부분은 애리조나에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원 빅 뷰티풀 빌 법’으로 배정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다. 시위대는 현장 공사가 하루 24시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으며, 가디언은 최근 농성 캠프가 있는 사유지 일부에 나무가 서 있던 지점까지 2차 장벽이 완성됐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투입된 인력에는 CBP 소속 국경순찰대와 전술부대인 보택(Bortac)이 포함됐다. 가디언은 정치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촬영팀이 나무가 쓰러지는 장면을 촬영했으며, 국경순찰대와 동행하는 듯한 모습으로 통제된 공공도로를 자유롭게 다녔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