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채권 금리 급등은 성장의 신호"…유권자들은 "고통의 신호"
미국의 장기 금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에게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다.
베센트 장관은 어제(9월1일) 화요일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애쉬빌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고문이자 폭스 비즈니스 진행자인 래리 커들로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보합에서 하락 추세"라며 "이것은 성장의 이야기다. 나는 성장세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성장'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유권자들은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용에 대한 지지율은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인 생활비 문제에 대한 불만 속에 몇 달째 역대 최저 수준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커지는 재정적자, AI 투자 붐,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세계적 흐름인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 모기지와 소비자 대출 금리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이런 분노에 기름을 부을 위험이 있다.
베센트 장관은 스스로를 미국 최고의 '채권 세일즈맨'이라고 부르지만, 장기 금리를 안정시키려는 그의 최근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더 근본적인 요인들에 대한 월가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는 또한 연준이 단기 차입 비용을 인상할 가능성도 함께 키우고 있다. 미국 경제 자체는 대체로 견조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채권시장의 이런 요동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는 시도를 더욱 흔들 수 있다.
야드니 리서치의 에드 야드니 대표 겸 최고투자전략가는 "이것은 분명한 정치적 문제"라며 "그리고 지금 그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베센트 장관"이라고 말했다.
어제 G20에서 베센트 장관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미국이 AI 초강대국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연방 규제 완화 덕분에 커진 확실성이 향후 경제 확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2분기 동안 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민간 투자와 소비 지출이 급증했고, 기업 이익도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 가격을 둘러싼 온갖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 어떤 심각한 상황"에도 처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이 "세계 주요국 중 가장 성과가 좋은 채권시장"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행정부의 생활비 문제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어온 유권자들에게는 별다른 위안이 되지 못한다. 폴리티코의 월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 복귀 이후 식료품, 휘발유 등 각종 생활비가 오히려 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차입 비용 상승은 11월 유권자들과 마주해야 할 공화당에게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피트 세션스 연방하원의원(공화당·텍사스)은 금리 상승의 영향에 대한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질문에 "분명히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전쟁이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여러 요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인가? 나는 그것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자신의 정책에 채권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는 지난해(2025년) 채권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자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채권시장에 대한 생각을 논의할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그는 분명히 이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베센트 장관에게 상당히 자주 업데이트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는 채권이든, 주식시장이든, 암호화폐든 이런 경제 지표들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의 관점에서는, 채권 금리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까지 치솟는 것을 결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상승이 공화당의 정치적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베센트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더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을 앞질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과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근로자들의 처지가 어땠는지를 언급했다. (다만 노동부의 최신 평균 시간당 임금 데이터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지난 1년간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센트 장관은 "우리는 일시적으로 높아진 에너지 가격을 겪고 있으며, 이 가격은 곧 내려갈 것이다. 그게 오늘일지, 내일일지, 다음 주일지는 모르겠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달(8월) 연방정부가 지불하는 장기 부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참여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향후 장기 국채와 관련된 문제에 대응할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넌지시 밝히기도 했다. 이 발표는 일부 시장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베센트 장관의 전 상사였던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포함한 월가 거물들은 향후 추가 조치가 오히려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채권시장 문제는 공식적으로 이번 G20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 차입 비용 급등은 이번 회의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주요국 전반에서 금리를 끌어올리는 비슷한 요인들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폴리티코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제프리스의 데이비드 저보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번 금리 상승이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 국가부채에 대한 신뢰 상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에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저보스는 이번 금리 상승을 주로 부채에 대한 경고 신호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서사가 다소 과장됐다고 본다"며, 재정적자가 경제성장 속도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명목 경제성장률이 더 강해지는 것만으로도 국가부채 부담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보스는 트럼프 2기 임기가 시작된 이후 관세 혼란과 이란 분쟁 등 "우리가 겪은 모든 충격들"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미국 국채시장은 놀라울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낮은 모기지 금리를 공약하며 출범한 이번 행정부가 직면한 정치적 어려움도 인정했다. 저보스는 이런 목표들이 지난 2월 이란 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그리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라며 "'팀을 위해 한 번 감수하자'는 식의 메시지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이런 경제의 회복력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고 트럼프 2기 첫해 동안 임금 상승도 있었지만, 관세와 이란 전쟁, 이민 단속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연간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는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에게 이달(9월) 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단기 차입 비용을 인상하라는 압박을 계속 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연준 의장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공언해왔고, 베센트 장관과 피터 나바로 대통령 고문 등도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케빈 워시 의장은 지난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큰 주목을 받은 연설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연준은 장기 금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통제력이 약한데, 장기 금리는 재정 및 경제 상황에 대한 시장의 인식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은 기자들에게 재정적자를 낮추기 위해 러스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과 함께 "포괄적인" 재정개혁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궁극적으로 그 책임은 의회에 있다.
앤디 바 연방하원의원(공화당·켄터키)은 "채권시장은 능력 이상으로 지출하려는 의회 의원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능력 범위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해야 하며, 그래야 국채금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센트 장관이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개입하려 애쓴 점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결국 의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연방정부 지출을 줄여, 국채 투자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