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공화당 소속 리버사이드 카운티 셰리프국 국장에게 수사 목적으로 압수했던 투표용지 65만여 장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형사 수사 중에도 투표용지는 반드시 선거 당국의 관리하에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 셰리프국 국장의 이례적 투표용지 압수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채드 비안코(Chad Bianco) 국장은 지난 2월, 2025년 11월에 실시된 특별선거의 투표용지 약 65만 장을 압수했다. 해당 선거는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추진한 주 전체 연방 하원 선거구 재획정안(프로포지션 50)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였다. 이 재획정안은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다시 그은 것으로, 주 전체에서 쉽게 통과됐으며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도 약 8만 표 차이로 가결됐다.

압수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지역 시민단체였다. 이 단체는 해당 선거에서 투표한 투표용지 수와 수합된 투표용지 수 사이에 약 4만 5,000표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리버사이드 카운티 선거관리원 아트 티노코(Art Tinoco)는 "해당 단체가 선거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실제 차이는 103표에 불과하며 이는 캘리포니아 주 선거관리국이 정한 오차 범위 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 "압수는 위법, 선거법이 형사법보다 우선"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지난 목요일 이번 투표용지 압수를 "위법"이라고 판단하고, 채드 비안코 국장에게 즉시 반환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투표용지는 형사 수사 중에도 반드시 선거 담당 공무원의 관리 하에 놓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채드 비안코 국장 측이 수색영장을 근거로 압수가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수색영장이 주 선거법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선거 부정이 의심될 경우, 선거법은 투표용지의 무결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수사할 수 있는 여러 절차를 법 집행 기관에 이미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법무장관 권한도 재확인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주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이 카운티 셰리프국 국장에게 내리는 명령의 구속력도 인정했다. 비안코 국장은 검찰총장의 역할이 자문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롭 본타(Rob Bonta) 민주당 법무장관은 지난 2월 비앙코 국장이 투표용지를 압수하자마자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며 반환 명령을 내렸지만, 비안코 국장은 이를 거부했다. 롭 본타 장관은 판결 직후 "법원이 이런 식의 항명은 용납될 수 없으며, 법무장관이 셰리프국 국장의 부당한 행위에 개입할 권한이 있고, 투표용지는 선거 당국이 보관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UCLA 투표권 프로젝트(Voting Rights Project)의 공동 창립자 겸 법률 책임자 채드 던(Chad Dunn)은 "이것은 유권자들의 투표용지다. 입법부가 마련한 절차를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 전역의 선거 공무원, 법 집행 기관, 유권자 모두에게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비안코 국장 "판결은 따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비안코 셰리프국 국장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법원의 판결에는 매우 실망했으며, 진심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판결이 담고 있는 메시지, 즉 지역 법 집행 기관이 우리를 선출한 주민이 아니라 새크라멘토(주 정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안코 셰리프국 국장은 투표용지를 압수한 후 특별 관리인 감독 하에 자체 재검표를 시작했지만, 법적 도전이 잇따르자 며칠 만에 중단했다. 캘리포니아 대법원이 재검표 중단 명령을 내린 것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채드 비앙코 국장은 이번 투표용지 압수 당시 공화당 주지사 경선 후보로도 출마 중이었지만, 6월 예비선거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2028년 셰리프국 국장 재선에 도전할 계획을 밝혔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파장 주목

이번 판결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를 반복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1월에 조지아 주 선거관리소에서 투표용지와 관련 서류를 압수하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공화당 소속 지방 공무원들이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관리 공무원과 시민단체들은 11월 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해왔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토요일 투표용지 압수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법안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