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기 발견 혈액 검사, FDA 자문위 조건부 지지… 그레일 주가 급등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혈액 한 방울로 여러 종류의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검사법에 대해 조건부 지지 의견을 내놓으며 암 진단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FDA 자문위, 안전성 만장일치·효과성은 엇갈려

자문위원들은 그레일(Grail)이 개발한 다중암 조기 발견 혈액 검사 '갤러리(Galleri)'의 안전성에 대해 10대 0으로 만장일치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효과성에 대해서는 찬성 6표, 반대 4표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득이 위험을 상회하는지에 대한 표결에서는 찬성 7표, 반대 2표, 기권 1표가 나왔다.

이번 자문위 회의는 FDA 공식 승인을 향한 핵심 절차로, 최종 승인이 이루어지면 메디케어(Medicare)와 민간 보험사들의 급여 적용으로 가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현재 갤러리는 처방전이 있어야 이용 가능한 실험실 개발 검사(Lab-Developed Test)로만 제공되고 있다.

'갤러리'란 무엇인가

갤러리는 종양에서 혈액 속으로 흘러나오는 DNA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종양 DNA는 정상 인체의 DNA와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통해 암 여부를 선별한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십 가지 암을 한 번에 선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자문위 회의에서는 갤러리 덕분에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한 환자의 사례가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췌장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명적인 암으로, 일반적으로 5년 생존율이 13%에 불과하지만 해당 환자는 진단 후 4년이 지난 현재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위원들은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더라도 확진을 위한 추가 정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고, 음성이 나와도 대장 내시경, 유방 촬영, PSA 검사 등 기존의 정기 검진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명 표기·암 종류 범위 두고 논쟁

9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상당 시간을 제품 표기 방식을 두고 논쟁했다. 핵심 쟁점은 갤러리를 '다중암 조기 발견(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 검사로 부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갤러리가 공격적인 암을 찾아내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이것이 반드시 초기 단계의 암을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기(Early)'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위원은 "부정확한 표기는 공중 보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이오텍 컨설팅 기업 디어본 그룹(Deerborne Group)의 제프리 존스 대표는 "갤러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 검사는 아니며, 이 검사로도 발견하지 못하는 암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모든 종양이 혈액 내로 DNA를 충분히 방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잠재적 시장 규모는 수천억 달러

전문가들은 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댄 레너드 애널리스트는 "다중암 조기 발견 시장은 특정 질환 지표가 아니라 검진 가능한 인구 규모로 정의된다"며, 미국 내 연간 1억 건,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3억 건 이상의 검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 연구에서도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 '패스파인더 2(Pathfinder 2)' 연구에서 갤러리의 양성 예측도는 60%를 기록했으며,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와 진행한 'NHS-갤러리' 연구에서는 갤러리 검사를 받은 환자군에서 4기 암 진단이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와 과제도 분명

그러나 시장 안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 바이오텍 하버저 헬스(Harbinger Health)의 아지트 싱 CEO는 "광범위한 암 종류에 대한 승인보다는 제한된 적응증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과제는 비용 부담 문제다. 아지트 싱 CEO는 "민감도를 높이면 특이도가 낮아져 위양성(false positive)이 많아진다"며, "초기 검사 비용은 개인이 부담할 수 있어도, 위양성으로 인한 추가 정밀 검사 비용은 결국 보험사가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급여 적용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다.

RBC의 레너드 애널리스트는 FDA가 2026년 말~2027년 초 갤러리를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5년간 검사 건수를 100만 건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기 부담으로 고가 진단 검사를 이용하는 시장은 제한적이며, 메디케어 단계적 적용 이전에 민간 보험사의 급여 적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레일 주가는 급등세

자문위 회의를 앞두고 FDA가 비교적 우호적인 브리핑 문서를 공개하면서 그레일 주가는 월요일 하루에만 약 34% 폭등했다. 화요일 종가는 108.52달러로, 지난 2월 20일 종가 대비 116% 상승한 수치다. 다만 6월에는 핵심 임상 연구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10% 급락하는 등 변동성도 컸다.

그레일 주식의 IBD 상대 강도(Relative Strength) 등급은 96점으로, 최근 12개월간 전체 주식 상위 4%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FDA는 자문위원회의 권고에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으나, 통상적으로 권고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어 최종 승인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