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미국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기생충 사이클로스포라가 수천 명의 소화기관을 뒤흔들고 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클로스포라 발병 사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7월 28일 발표한 갱신 자료에 따르면, 이 기생충으로 인한 질환인 사이클로스포라증 사례가 45개 주에서 보고됐다.
미시간주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꼽히는데, 상추로 추정되는 식품을 통해 사이클로스포라 기생충이 든 미세한 포자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한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이 기생충은 오직 인간의 소화관에 의존해서만 번식할 수 있다. 이들은 기생충이 비교적 흔한 지역에서 재배된 농작물에 몸을 실어 미국 전역의 무방비한 사람들의 입속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생충의 복잡한 생물학적 특성 때문에 완전히 제거하기가 까다로우며, 감염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장(腸)을 필요로 하는 생활사
허브나 채소, 베리류의 표면에서 사이클로스포라 기생충은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난포낭(oocyst)'이라는 포자 속에 휴면 상태로 숨어 있다.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면역학 교수 버넌 캐러더스는 "이 포자를 100개쯤 일렬로 늘어놓아야 겨우 핀 대가리 하나를 가로지를 정도"라고 설명한다.
사람이 이를 삼키면, 이 포자는 식도를 지나 위, 그리고 장까지 이동한다. 캐러더스 교수는 "포자는 체온, 담즙, 소화효소 등 장 내 신호에 반응하며, 이로 인해 기생충이 방출된다"고 말한다.
이 기생충들은 곧바로 소장 점막으로 향해 그곳에 파고들어 세포를 장악하고 자신을 복제한다. 캐러더스 교수는 "처음 섭취한 극소수의 기생충이 장 세포 안에서 복제를 거듭해 수백만 마리로 불어난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 기생충은 난자와 정자 형태와 유사한 형태로 분화하며, 이들이 결합해 새로운 미세 난포낭을 형성하는데, 감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이 과정이 수백만 번 반복될 수 있다. 캐러더스 교수는 "정자가 점액층으로 뒤덮인 감염 세포 안에서 난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실로 놀라운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장 점막을 손상시킨다. CDC에서 기생충 발병 대응팀을 이끌었던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의 분자기생충학자이자 부교수인 조엘 배럿은 "기생충이 숙주 세포 안으로 침투해 그 안에서 복제하며 생활사를 완성하는데, 이 과정이 결국 세포를 파괴한다"고 설명한다.
인간 배설물 속에서도 살아남는 강한 포자
기생충이 소장 점막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영양소 흡수가 줄고 광범위한 손상이 발생해, 메스꺼움과 설사 같은 사이클로스포라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고 배럿 교수는 설명한다.
캐러더스 교수에 따르면 설사 1밀리리터에는 약 1,000개의 기생충 포자가 들어 있을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사람은 인간의 배설물 흔적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이 포자를 무심코 섭취했을 때만 감염된다.
다만 배설물이 갓 배출된 상태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배럿 교수는 "난포낭이 막 배출됐을 때는 감염성이 없다"며 "환경 속에 일정 기간 머물며 성숙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성숙 과정에 정확히 얼마나 걸리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릴 수 있으며, 계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기생충은 오염된 토양이나 관개용수, 혹은 농작물을 다루는 손을 통해 식품 유통 체계에 유입될 수 있다. 여러 농작물을 같은 물로 세척하는 산업용 세척 과정을 거치며 오염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사이클로스포라 포자는 생명력이 강해서 물속이나 농작물 표면에서 염소 처리, 햇빛, 저온 등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감염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
체내에 들어온 사이클로스포라 감염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지속될 수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미생물학자이자 임상기생충학 연구소장인 바비 프릿 박사는 "하루 이틀이면 지나가는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장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복잡하다"고 말한다.
박트림, 셉트라, 코트림 등의 상품명으로 판매되는 특정 항생제 조합은 기생충의 복제를 막아 면역체계가 이를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캐러더스 교수는 설명한다.
사이클로스포라증은 대체로 치명적이지는 않으며, 열대·아열대 지역 등 이 기생충이 비교적 흔한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신체가 이를 물리치는 데 더 능숙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클로스포라가 풍토병처럼 존재하는 지역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증상을 동반한 감염은 대체로 젊은층에서 나타나며, 노년층에서는 증상을 동반한 감염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캐러더스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는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그러기까지 여러 차례의 노출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유독 크게 유행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사이클로스포라로 인한 고통이 늘어나고 있다.
배럿 교수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의 대규모 발병 이후, 미국 내 사이클로스포라증 발병 건수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다소 들쭉날쭉한"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그는 "올해는 그냥 수직으로 치솟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내 사이클로스포라증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수입 식품 공급망이다. 프릿 박사는 "우리는 전 세계 각지로부터 농산물과 여러 식재료를 들여오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위생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 기생충이 풍토병으로 존재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한다. 사이클로스포라가 포함된 인간 배설물은 "지하수로 흘러들거나 재배 중인 농작물을 직접 오염시킬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올해 미국 내 사이클로스포라증 사례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프릿 박사는 "그저 운이 나빴을 수도 있다"며, 다량으로 오염된 물질이 대량으로 소비되는 제품, 예를 들어 타코벨 같은 대형 체인 레스토랑용 제품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멕시코 중부 테일러팜스에서 생산된 채썬 상추가 9개 주에 걸친 집단 발병 사례 중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테일러팜스는 지난 7월 17일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한 바 있다.
보건당국은 여전히 추가적인 감염원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보건국에 따르면, 해당 주의 발병 사례에서는 파슬리와 고수도 또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당국은 장을 뒤흔드는 이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선 채소를 잘 씻고 익혀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