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을 모두 탈환했다. 유권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분노해 표를 던졌고, 민주당은 "생활비 문제로 싸웠고, 생활비 문제로 이겼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의회를 쥔 민주당이 실제로 물가를 낮출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답은 차갑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유권자들이 보낸 신호
이번 선거의 규모는 대부분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공화당이 보유하던 상원 의석 7개 이상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그 배경에는 단 하나의 감정이 있었다. 미국인의 21%만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경제 지표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도 말이다.
유권자들은 통계를 보지 않았다. 장바구니 영수증, 전기요금 고지서, 주유소 가격판을 봤다.
텍사스 주 오스틴 인근에서 호텔·레스토랑·스파를 운영하는 킴 행크스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식료품과 연료비가 오르면서 직원 300명의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감당 가능한 비용의 기준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주에서 의류·웨딩 용품점을 운영하는 대니 레이놀즈는 "그냥 워싱턴이 제대로 돌아가길 바란다. 일관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하원 대표 하킴 제프리스 연방하원의원은 "우리는 생활비 문제로 싸웠고, 이겼고, 이제 그것을 실행할 차례"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계획: 길고 야심 찬 목록
민주당이 내건 '생활비 감당 가능한 미국(Affordable America)' 의제는 광범위하다.
의료비: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복원과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삭감한 메디케이드 되살리기가 최우선 과제다. 관세: 트럼프의 수입 관세를 철폐해 식료품·비료·건축 자재 비용을 낮추겠다고 한다. 에너지: 갤런당 평균 4.18달러, 약 40% 오른 휘발유 가격의 주범으로 이란 전쟁을 지목하며 종전을 요구한다. 주택: 향후 10년간 400만 채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세금: 억만장자 증세와 가족 세액공제 확대도 포함됐다.
듣기엔 좋다. 하지만 얼마나 실현 가능할까.
현실의 벽: 트럼프의 거부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피셔 인베스트먼트 창업자 켄 피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넘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 거부권을 뒤집으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향후 2년은 입법과 규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관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버나드 야로스 미국 경제 부수석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평균 관세율이 약 1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 복잡한 문제도 있다. 관세 수입이 늘면서 2024년 연방 세입의 1%에 불과했던 비중이 올해는 5%를 넘어섰다. 야로스는 "관세가 정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미래 행정부가 이를 완전히 없애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타협의 여지는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막혀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로스는 의료비 협상이 가능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공화당의 감세안 연장을 받아들이는 대신 건강보험 보조금 복원을 얻어내는 대타협 시나리오다. 단, 그 시기는 2027년 말이고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건 2028년이나 돼야 한다. 지금 당장 청구서에 치이는 사람들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민주당은 또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기업들을 의회 청문회에 불러 세울 수 있다. 베다 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는 "관세 환급을 받은 뒤 소비자 가격은 내렸나?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나?" 같은 질문으로 기업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리건 주 출신으로 연방상원 재정위원장을 맡게 될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자신의 접근 방식을 여섯 단어로 요약했다. "우리에게는 감당 가능성, 그들에게는 책임." 그는 위원회를 통해 무역 정책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되찾겠다며 보험사, 제약사, 은행들도 소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이란 전쟁
그런데 민주당이 아무리 의지를 불태워도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변수가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다.
휘발유·경유·비료 가격은 결국 전쟁의 향방에 달려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오히려 선거가 끝난 지금 "대통령에게 유가가 더 이상 정치적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민주당에게 아이러니한 딜레마가 있다. 전쟁이 끝나 유가가 내리면 그 공을 차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전쟁이 계속되어 가격이 오르면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당장 다음 달(12월) 11일에는 정부 예산이 소진된다. 민주당은 셧다운을 막는 첫 시험대도 넘어야 한다.
민주당은 논쟁에서 이겼다. 이제 삶을 실제로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