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과 주지사직을 휩쓸며 압승을 거뒀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번 정권 교체가 미국 경제에 가져올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가 압박, 재정 적자, AI 의존적 성장이라는 구조적 과제는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책 주도권은 여전히 트럼프에게"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경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이란 전쟁, 관세·무역 정책, 강경 이민 정책 모두 행정명령으로 추진된 것으로, 의회 입법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행정 권한으로 유지된다는 이유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에도 이 정책들이 옳다고 믿었다. 선거 후에 왜 생각을 바꾸겠나. 이 정책들은 계속해서 성장을 억제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겉으로는 탄탄, 속으로는 불안

표면적인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4%, 소비자 지출 증가율은 3.8%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4.2%로 안정적이며 해고 건수는 1969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 이 모든 호수치를 갉아먹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상호관세를 발표했던 지난해 4월의 2.3%에서 급등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시작한 올해 2월 말 당시 2.4%였던 CPI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려 가파르게 치솟았다.

더 심각한 것은 실질 임금 감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9월 기준 물가를 감안한 실질 임금 증가율은 전년 대비 -0.7%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잔디는 현재 경제 상황을 "매우 취약한 상태"로 규정하며, “AI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너무 높고, AI 성장 효과는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조금만 흔들려도 경기침체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는 타협 가능한 영역

경제 정책 가운데 양당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로는 관세가 꼽힌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은 "미국 노동자 보호, 제조업 보호,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관세는 범여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캐나다·멕시코와의 국경 봉쇄에 가까운 현행 관세 정책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하며, "관세를 행정명령이 아닌 입법을 통해 법제화하는 타협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행정명령으로 발동된 관세는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는 순간 즉시 폐기될 수 있다는 취약점도 있다.

복지 지출 복원과 재정 딜레마

민주당은 공화당 주도로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포함된 식품 지원(SNAP)과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을 되돌리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이와 관련해 무역·지정학·규제 완화·수출통제 등 행정명령 기반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재정 상황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미국 국가채무는 40조 5,000억 달러로, 트럼프 취임 이후 4조 달러 이상 불어났다. 2026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GDP의 6.1%인 약 2조 달러에 달했으며, 이자 비용만 1조 500억 달러로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를 제외한 모든 항목을 초과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는 부채 한도를 둘러싼 여야 갈등에서 "민주당이 이란 전쟁 축소, 관세 완화, 복지 예산 복원, 의료 혜택 확대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성장은 계속된다

다양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전반적으로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브루수엘라스는 "경기 확장은 계속될 것이며 성장률은 추세를 웃도는 약 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15%로 제시하며 "선거 결과가 이 수치에 미친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약 1년 반 동안 트럼프 관세와 보복 관세로 긴장이 고조됐던 美·캐나다·멕시코 무역 협정(USMCA)을 재설정할 기회가 열렸다고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