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올해 내내 경고해온 미국의 재정 파탄 시나리오가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미국 국가 부채가 40조 6,000억 달러(약 5경 6,000조 원)를 돌파한 가운데, 머스크는 “AI와 로봇만이 해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I 없이는 파산”…머스크의 경고
머스크는 지난 2월 팟캐스트 '드와르케시(Dwarkesh Podcast)'에서 “AI와 로봇 없이는 미국이 1000% 파산하고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현재, 피터 G. 피터슨 재단의 실시간 부채 시계에 따르면 미국 국가 부채는 약 40조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미국 인구로 나누면 미국인 1인당 약 11만 8,939달러(약 1억 6,4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자 비용만 하루 28억 달러(약 3조 8,600억 원)를 웃돌며, 재단은 10년 안에 부채가 지금의 두 배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입 비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0월 초 5.7%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도 5.3%를 돌파했다.
"지출 삭감으론 안 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예산 삭감 작업을 약 4개월간 주도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지출 삭감만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0일 공개된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국가 부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AI와 로봇"이라며 "절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워싱턴에서 일하는 동안 "너무 무리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두 회사, 비트코인 2.3조 원 보유
일론 머스크의 재정 위기 발언은 그의 두 회사가 보유한 막대한 비트코인 자산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현재 합계 3만 221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10월 31일 종가 기준(개당 7만 7,424달러) 총 가치는 약 23억 4,000만 달러(약 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IPO 신청서에서 1만 8,712 BTC 보유 사실을 공개했다. 매입 원가는 개당 약 3만 5,000달러로 총 6억 6,100만 달러였는데, 현재 가치는 약 14억 5,0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테슬라는 나머지 1만 1,509 BTC를 보유 중이며 현재 가치는 약 8억 9,100만 달러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주 발생한 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 사건을 조롱했는데, 바이낸스 공동창업자 창펑 자오(CZ)는 "바이낸스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당시 투자한 5억 달러가 현재 스페이스X 지분 1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맞받아쳤다.
비트코인은 해법이 될 수 있나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발행 한도(2,100만 개) 특성상 정부의 무제한 화폐 발행을 방어하는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2025년 10월 X(구 트위터)에서 그는 "비트코인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다. 가짜 법정화폐는 찍어낼 수 있지만, 에너지는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썼다.
이같은 일론 머스크의 시나리오에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그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되면 정부가 물가 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돈을 뿌려야 하는 '대규모 디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정부가 돈을 더 풀수록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이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수년째 경고해온 달러 약세 시나리오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머스크의 테슬라는 2022년 비트코인의 75%를 매각했지만, 스페이스X는 한 코인도 팔지 않고 전량 보유했다. AI와 로봇에 거는 머스크의 해법이 40조 달러를 넘어선 부채 산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