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여행과 휴가 계획, 야외활동, 수면 등 생활 전반이 극심한 더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NORC 공공문제연구센터가 지난달(7월)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2024년보다 폭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요금부터 수면까지…일상 곳곳에 영향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기요금 증가였다.

응답자의 약 80%가 지난 1년 동안 폭염이 전기요금에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7월 조사 당시 6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 중서부 지역에서는 44%가 폭염이 전기요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년 전 같은 응답은 29%였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어나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50살 데이미언 윌리엄스는 최근 3~4년 사이 전기요금이 거의 두 배가 된 것 같다며 “가격뿐 아니라 실제 전력 사용량도 늘어난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휴가 계획도 폭염 때문에 변경

폭염은 여행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40%가 폭염이 여행이나 휴가 계획에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024년에는 약 25%였다.

특히 미 서부와 중서부 지역 주민들에게서 폭염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평생을 살아온 74살 은퇴 간호사 엘리사 브라카몬테는 가족들과의 여름 여행이나 모임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폭염과 함께 산불과 홍수 위험까지 커지면서 여행지를 변경하거나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외활동도 위축…아이들 운동 경기까지 영향

가족들의 야외활동 역시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미국인의 약 70%가 폭염이 가족의 야외활동에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약 60%보다 증가한 것이다.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41살 션 콘웨이는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자녀들의 축구 연습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브라카몬테는 아침 산책 시간까지 바꿨다.

예전보다 기온이 빨리 오르면서 아침 6시 이전에 걷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전 7시면 이미 기온이 80도대에 이르기 때문에 수면 시간도 줄었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수면·건강에도 부담

폭염은 단순히 야외활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면과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이른 새벽에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과학자인 제니퍼 프랜시스는 최근 폭염이 과거보다 더 빈번하고, 강도가 높으며,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폭염과 장기간의 건조한 날씨가 겹치면서 건강뿐 아니라 가계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 체감은 커졌지만 기후변화 인식은 큰 변화 없어

흥미로운 점은 폭염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는 미국인이 늘었지만,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 비율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답한 미국인은 66%였다.

이는 지난해 9월 조사 당시 73%보다 낮아진 수치다.

17%는 기후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15%는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일부는 최근 극심해진 폭염과 홍수, 계절 변화 등을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주요 이유로 꼽았다.

텍사스주에 사는 33살 존 헤이즐은 어린 시절에는 100도를 넘는 날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그런 기온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이 더 일찍 시작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며 더위 때문에 야외활동을 할 때 휴식과 샤워 등을 더 자주 고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폭염, 미국인의 생활 패턴 자체를 바꾸고 있어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이 극심한 더위를 단순한 계절적 불편함이 아니라 전기요금, 여행, 운동, 가족 모임, 수면 등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NORC의 확률 기반 AmeriSpeak 패널을 활용해 전국 성인 1,16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전체 표본의 오차범위는 ±3.7%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