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의 143년 된 시청사 첨탑이 화염에 무너져 내렸다. 리옹의 관광 안내소가 불탔다. 루브르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이틀 연속 약탈이 벌어졌다. 동유럽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는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지금 유럽은 들끓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 불길이 대서양을 건너올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이 유럽을 불태우고 있나

발단은 소박했다. 파리 교외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9월), 교사 충원과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요구는 받아들여졌고 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만성적인 교원 부족과 과밀 학급에 지쳐 있던 전국의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경찰이 여학생에게 금지된 목 조르기 기술을 사용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분노는 폭발했다. 시위대는 수십만 명으로 불어났고, 요구는 교육을 넘어 치솟는 물가, 실업, 심화되는 빈부 격차, 정치적 무능에 대한 총체적 분노로 확장됐다.

Paris Unrest_ Fire and Flags.png

지난 주말 전국에서 5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섰다. 대부분 평화적이었지만, 일부는 폭력으로 치달았다. 2,000명 이상이 체포됐고, 최소 2명이 숨졌으며, 두 손을 잃은 부상자도 보고됐다.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한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놀랍도록 닮은 유럽의 불만

워싱턴 D.C.에서 이 뉴스를 보는 미국인들이 낯설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이유가 있다.

유럽인들을 거리로 내몬 것들 — 생활비 폭등, 교육 시스템 붕괴, 빈부 격차, 정부에 대한 불신 — 은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그대로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7% 상승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20개월간 올랐던 임금 인상분은 물가 상승에 거의 전부 잠식됐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2025년 1월 71.7에서 이달 46.3으로 급락했다.

프랑스의 한 57세 시위 참가자는 취재하는 CNN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는 계속 살 수 없다. 생활비, 실업, 온갖 것들이 다 문제다. 젊은이들은 많은 걸 약속받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미국의 젊은 세대가 하는 말과 얼마나 닮았는가 전율이 일 정도라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과 워싱턴은 어떻게 보고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조지아주 유세에서 프랑스 시위를 가볍게 언급하며 "프랑스에 가서 혁명에 동참하고 우리 돈 5,000달러를 거기서 써버리자"고 농담을 던졌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 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배당금을 빗댄 발언이었다.

JD 밴스 부통령은 불타는 리옹 시청사 영상을 X(구 트위터)에 올리며 이 사태를 "실패한 이민 정책"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유럽 시위의 복잡한 구조적 원인보다 이민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해석이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단순화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을 태우고 있는 생활고와 불평등의 불씨는 미국에도 이미 존재하며, 중간선거 몇 주 앞에 그것이 얼마나 폭발적인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프랑스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코앞인 미국, 경고등은 켜져 있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프랑스식 거리 시위의 전통이 약하고, 개인 총기 소지의 보편화로 대규모 폭력 시위의 양상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그렇지만 9월 설문조사에서 미국 근로자의 45%가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필품 가격 인하'를 꼽았다는 사실, 그리고 소비자 심리가 2년 만에 급격히 악화됐다는 현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치솟은 유가, 가계를 짓누르는 식료품 가격, 젊은 세대의 주거 절망감 — 이 모든 요소들은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화약이다.

프랑스 마르세유의 59세 시민 파리다는 이렇게 말했다. "시위가 있을 때마다 상점 유리창이 박살나고 가게가 쑥대밭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는 계속 나아갈 수 없다."

워싱턴도 이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