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63세 주차 관리원 무하마드 야신은 요즘 끼니를 줄이며 살고 있다. 예전엔 7,000~8,000루피아(약 44센트)면 됐던 쌀·템페·두부 한 끼가 이제 두배인 15,000루피아로 뛰었다. 카이로의 제빵사 사예드는 밀가루만이 아니라 전기, 물, 효모까지 모든 재료가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멀리 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미국인들도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같은 공급망, 같은 바닷길, 같은 날씨가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왜 지금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오르고 있나
UN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가격지수는 지난달(9월) 기준 136포인트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분석 대상 150개국 중 22%에서 식품 가격 상승이 전체 인플레이션을 앞질렀다. 지난 분기의 14%에서 급등한 수치다.
복합적인 공급 충격이 동시에 몰아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료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농업 생산 비용이 치솟았다. 흑해에서는 곡물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밀 수송이 막혔다. 홍해 불안은 선박들을 아프리카를 돌아가는 더 길고 비싼 항로로 몰아냈고, 일부 핵심 운송 구간의 해운 운임은 50%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농업 생산량을 갉아먹고 있다.
그 결과, 올해(2026년) 들어서 밀 가격은 30% 이상 올랐고, 아시아 주요 쌀 수출국의 쌀 가격은 재고가 충분함에도 10~13% 상승했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내년(2027년) 초, 그리고 잠재적으로 내년 내내 더욱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인의 식탁, 얼마나 위협받나
마트 물가는 더 오를 것이다
미국의 9월 CPI에서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9.1% 급등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주유소 문제가 아니다. 농작물 재배에 드는 비료값, 수확·가공·운송에 드는 연료비를 통해 고스란히 식품 가격으로 전가된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경유 및 운송 비용이 식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식품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얼마전 이미 경고한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압박은 이 경고에 힘을 더한다.
밀·콩·옥수수: 미국산도 가격 압력 받는다
현재 콩과 옥수수 재고는 충분한 편이다. 이들 작물은 점점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고 있어 고유가 상황에서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남반구 밀 수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전 세계 밀 가격에 새로운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국제곡물위원회(IGC)의 알렉산더 카라바이체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몇 달 안에 중동·아프리카의 주요 수입국들이 국제 시장에 복귀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새로운 파동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의 곡물 재고 완충 능력도 서서히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
식품 기업들이 이미 가격을 올리고 있다
네슬레 인디아의 마니쉬 티와리 회장은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도전적인 환경"을 인정했다. 식품 가공업체들은 통상 3~6개월 단위로 원자재 계약을 맺는데, 갱신 시점마다 더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중간선거 앞 미국 정치에 미치는 파장
식품 인플레이션의 정치적 폭발력은 이미 유럽에서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활비 위기가 50만 명의 시위대를 거리로 불러냈고, 밀라노·리스본·티라나 등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9월 설문 결과 근로자의 45%가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필품 가격 인하'를 꼽았다. 수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는 그 어떤 정치 이슈보다 강력한 투표 동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산층·저소득층 가구일수록 식료품과 연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ZipRecruiter의 니콜 바쇼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 이들은 글로벌 공급 충격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앞으로의 전망: 낙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상승 위험의 비대칭성이다. 가격을 끌어내릴 요인은 제한적인 반면, 끌어올릴 요인은 산재해 있다.
- 이란 전쟁 지속 → 유가·비료값·해운비 고공 행진
- 엘니뇨 → 인도·동남아 농업 생산 타격 지속
- 중동·아프리카 수입국 시장 복귀 → 수요 급증 가능성
- 글로벌 곡물 재고 완충 여력 축소
국제곡물위원회의 카라바이체프는 "가격의 상방 위험이 상당하다"고 단언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마트 계산대 앞에서 느끼는 불안은 단순한 국내 물가 문제가 아니다. 전쟁·기후·지정학이 얽힌 글로벌 위기가 매일의 식탁으로 밀려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