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주말 사이 폭우로 인한 돌발 홍수(flash floods)가 발생해 1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오늘(31일) 아침까지도 약 15명이 여전히 실종상태다.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지난 토요일 오후 그랜드캐니언 일부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면서 계곡을 따라 거센 물살이 발생했다.
급류는 바위와 각종 잔해, 시설물을 휩쓸어 콜로라도강으로 밀어냈다.
당국은 어제(30일) 저녁 콜로라도강의 크리스털 래피즈 인근에서 46살 남성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원 측은 당시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내 브라이트 엔젤 캐니언과 팬텀 랜치 일대에 있었던 등산객이나 백패커들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노스 카이밥 트레일의 트레일헤드에서 팬텀 랜치 사이 구간, 브라이트 엔젤 캠프그라운드, 팬텀 랜치 북쪽의 ‘더 박스(The Box)’ 지역 등에 있었던 사람들의 정보를 요청했다.
국립공원 당국은 오늘 오전 기준 최소 15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수색과 신원 확인이 진행되면서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62명 대피…다리 대부분 붕괴
이번 홍수로 계곡 내부의 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공원 측은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 최소 62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다.
특히 브라이트 엔젤 크릭을 가로지르는 보행자용 다리가 거의 모두 파괴되면서 계곡을 걸어서 건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팬텀 랜치와 브라이트 엔젤 캠프그라운드, 팬텀 랜치 캔틴을 비롯해 노스 카이밥 트레일, 블랙 브리지와 실버 브리지, 인근 콜로라도강으로 연결되는 일부 구간이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됐다.
공원 측은 방문객들에게 폐쇄 구역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팬텀 랜치는 브라이트 엔젤 크릭 인근 그랜드캐니언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역사적인 숙박시설로 평소에도 수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30분 만에 최대 1인치 비…물·전력 등 기반시설도 피해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암석 지형으로 이뤄진 그랜드캐니언 지역에 불과 30분 동안 약 0.5~1인치의 비가 내렸다.
플래그스태프 국립기상청의 기상학자 저스틴 존드로는 짧은 시간에 내린 많은 비가 대부분 즉시 지표면을 타고 흘러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수로 계곡 내부의 주요 시설인 트랜스캐니언 워터라인(Transcanyon Waterline)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시설은 계곡에서 공원 내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핵심 시설이다.
현재 워터라인은 작동하지 않고 있어 공원 측은 제한된 물 비축량을 유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물 절약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다리 건넌 지 10분 뒤 다리가 사라졌다”
당시 팬텀 랜치에 가족과 함께 머물던 한 남성은 갑자기 캠프장과 숙박시설 일대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친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와 가족을 포함한 약 60명은 물이 빠르게 불어나자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숙소에서 빠져나와 보행자용 다리를 건너 대피했다.
이 남성은 당시 물이 “갈색에서 거의 검은색으로 보였고 각종 잔해가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다른 남성도 가족 일행이 다리를 건넌 지 불과 10여 분 뒤 다리가 홍수에 휩쓸려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후 헬리콥터를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관리자가 적절한 시점에 대피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캠프장에 있던 사람들이 불어난 계곡 건너편에 고립됐을 수 있다며 “살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의 위험성을 전했다.
추가 폭우 예보…2차 돌발 홍수 우려
기상당국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돌발 홍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북부와 중부 애리조나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오늘까지 뇌우와 강한 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예보됐다.
국립기상청은 계곡과 평소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 수영장처럼 물이 고이는 지역 등에서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좁고 깊은 계곡에서는 매우 강한 급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낮은 지대의 도로와 통행로 역시 침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많은 비가 내린 탓에 토양이 물을 머금은 상태인 데다 강한 몬순 수증기가 유입되고 있어 추가 홍수 위험도 높은 상황이다.
유타주립대 콜로라도강 연구센터의 잭 슈미트 소장은 이번 사고가 그랜드캐니언이 얼마나 빠르게 위험한 환경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원 당국과 애리조나 공공안전부는 실종자 수색과 대피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추가적인 폭우와 급류에 대비해 폐쇄 구역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