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사이 임금이 올랐다면 기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인상분이 인플레이션에 거의 전부 잠식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발표된 미국 물가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인 임금 근로자를 기준으로 실질 시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 보는 현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월 평균 시급은 35.84달러였으며, 이를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37.79달러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달(2026년 9월) 평균 시급은 37.81달러로, 20개월 전과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15일 美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3.6%)를 웃돌았고, 8월 상승률(3.4%)보다도 높다. 특히 9월 개솔린 가격은 전월 대비 9.1% 급등했다.

BNP 파리바 이코노미스트들은 고객 보고서에서 "이번 9월 CPI 보고서가 미국이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란 전쟁·중동 분쟁이 기름값 올리고, 가계 짓눌러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더 롱은 “2025년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분을 거의 전부 갉아먹었다”며, 올해 2월 말에 시작된 이란 전쟁이 미국인들의 지갑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는 임금이 15% 이상 오르는 동안 물가는 약 8% 오르는 데 그쳐 실질 임금이 크게 개선됐다"며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상황으로, 많은 가정이 경제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소비 심리도 곤두박질

미시간 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2025년 1월 71.7에서 2026년 10월 46.3으로 급락했다. 조사 책임자 조앤 쉬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수년간 이어진 생활비 압박에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취업 정보 플랫폼 집리크루터(ZipRecruiter)의 이코노미스트 니콜 바쇼는 "중산층·저소득층 가구는 휘발유와 식료품 같은 필수 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타격이 특히 크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반박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소득 기준으로는 임금이 물가를 앞선다는 입장이다. 매튜 미들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이후 민간 부문 근로자들의 임금은 계속 인플레이션을 웃돌고 있으며, 연간 평균 소득이 600달러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평균 주간 소득은 근무 시간 증가 덕분에 시급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에서 해석이 엇갈린다.

중간선거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최대 변수

수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물가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EIG)과 에컬론 인사이츠의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45%는 정치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필품 가격 인하'를 꼽았고, 23%는 '주거비 안정'을 원했다.

이런 가운데 식료품 가격이 9월 기준 전년 대비 1.8% 상승에 그쳐 4월(2.9%)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헤더 롱 이코노미스트는 "경유와 운송 비용 상승이 결국 식품 가격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식품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어제(10월15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최종 수요 가격이 9월에 1.3% 상승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