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주가가 지난 10월30일 금요일 28.6% 폭락하며 1974년 이후 두 번째로 최악의 거래일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이상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PC 사업 부진과 4분기 실망스러운 전망이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실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게 과했을 수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왜 폭락했나: 숫자의 표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65억 달러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4분기 가이던스였다. 인텔은 4분기 매출을 150억~160억 달러로 전망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인 약 170억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 키리아트 가트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두 명의 직원이 숨지고 공장 가동이 장기 중단됐다. 인텔의 데이비드 진스너 CFO는 이 사고로 인해 4분기 10나노 서버 제품 매출이 약 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1분기에도 비슷한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폭락의 진짜 원인: AI가 PC를 죽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실적의 핵심 아이러니는 AI가 인텔을 키우는 동시에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구축 붐이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면서 메모리 칩 공급이 급격히 타이트해졌다. 이는 곧 PC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PC 구매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텔의 PC 프로세서를 포함한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81억 달러에 그쳤다. 립부 탄 CEO는 "최근 몇 주 사이 고객사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을 이유로 PC 시장 둔화를 경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4분기 PC 부문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메모리 수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PC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 전체 PC 시장도 약 10%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폭락 속 빛난 반전: 서버 CPU 78% 급성장

시장이 간과한 부분이 바로 여기 있다. 인텔의 데이터센터·AI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한 7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무려 15년 만에 최고 성장률이다.

AI 작업이 모델 훈련에서 나아가 실시간 추론과 AI 에이전트 조율로 확장되면서 서버 C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립부 탄 CEO는 이를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는 “GPU가 생각하는 데 탁월하다면, CPU는 실행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며 서버 CPU 시장이 향후 5년간 현재 약 4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이상으로 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그라나이트 래피즈 서버 프로세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차세대 다이아몬드 래피즈는 2027년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와의 공급 계약도 체결됐으며, 복수의 고객사들이 장기 공급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능력이다. 탄 CEO는 "이번 분기 고객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도 "오리건 주에 추가 인텔 3 생산 라인을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급 제약은 2027년을 넘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도 조심스러운 회복세

인텔의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67억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외부 고객 매출은 4억 1,100만 달러에 불과하고, 부문 영업손실은 19억 달러에 달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립부 탄 CEO는 "인텔 3와 인텔 18A 공정의 수율이 이번 분기 모두 개선됐으며, 특히 18A는 두 자릿수 개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오레곤·애리조나 생산 확대와 뉴멕시코·말레이시아 고급 패키징 증설도 진행 중이다.

인텔의 진짜 과제

립부 탄 CEO 취임 1년 반 만에 대규모 구조조정, 중간 관리직 감축, 리더십 전면 교체를 단행했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인정했다.

"인텔의 재건은 수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라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PC 시장 압박, 공급 능력 부족, 수익성 없는 파운드리 사업은 여전히 현실적인 과제다.

서버 CPU 수요의 폭발적 성장, 개선되는 제조 수율, 확장되는 AI 시장에서의 위상은 이번 폭락이 현재의 위기만을 반영하고 미래의 기회를 과소평가한 결과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텔이 공급 능력을 확충하고 AI 인프라 수요를 실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지금의 주가 수준은 오히려 역사적 매수 기회로 평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