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의 단기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곧 미국 가계 살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연방기준금리는 종전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가 됐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올려 차입 비용을 높이면 수요가 억제되고, 결국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소비자를 위해 물가가 내려가리라는 기대다. 다만 연준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관세, 중동 전쟁,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붐에는 연준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이번 인상으로 신용카드 등 변동금리 부채를 진 사람들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 생활비를 빚으로 메우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점이라 부담은 더 크다. 반면 고금리 예금 계좌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보유한 저축자들은 수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3년 만의 첫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각자의 처지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케이티 클링겐스미스 에델만파이낸셜엔진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금리 인상이 모두에게 같은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경제 일부는 강해 보이면서도 다른 일부는 고통스러운 '분할 화면' 같은 현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볼 수 없으며, 차입자냐 대출자냐, 소비자냐 저축자냐, 빚이 많으냐 재정적으로 안정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은 '여유 없는 소비자'
시메온 월리스 아프리오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인을 '빠듯한 소비자'와 '안정적 소비자'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빠듯한 소비자는 대체로 경력 초·중반으로 중위소득 이하의 일자리에서 일하며 변동금리 부채가 많은 반면, 안정적 소비자는 경력 후반이나 은퇴 초기로 자산을 보유하고 저금리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어 영향이 훨씬 적다는 설명이다.
맷 슐츠 렌딩트리 수석 소비자금융 애널리스트는 결국 이번 인상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이들은 이를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카드 빚만 많고 저축은 없는 사람이라면 불이익만 있고 이득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당장은 소액, 누적되면 부담
연방기준금리 인상은 신용카드 금리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변동금리 카드의 연이율(APR)은 한두 결제 주기 안에 0.25%포인트 오를 수 있다. 다만 실제 부담은 잔액에 따라 달라진다. 100달러를 1년 내내 갚지 않으면 연간 약 25센트, 1만 달러라면 약 25달러의 이자가 추가된다.
슐츠는 0.25%포인트 인상이 누구의 재정을 흔들 정도는 아니며, 통상적인 카드 청구서 기준 월 1~2달러 정도 더 내는 수준이라면서도, 빚에 허덕이고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1달러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준이 금리를 한 번만 올리고 끝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회의에서 FOMC 위원 다수는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슐츠는 인상이 거듭될수록 영향이 커지며, 몇 달 새 서너 차례 인상으로 1%포인트가 오르면 꽤 의미 있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대출: 기존 차주는 무관, 신규 구매자는 서두르는 게 유리
자동차 대출은 대부분 고정금리라 이미 상환 중인 사람에게는 이자 부담이 늘지 않는다. 그러나 새 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영향을 받는다. 월리스 CIO는 위원들이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구매를 늦추기보다 앞당기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로드니 윌리엄스 솔로펀즈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어떤 경우든 한 달 전 차를 산 친구보다 비싼 대출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딜러에서 높은 금리에 직면하면 월 납입액을 낮추려 대출 기간을 늘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이자를 내는 기간도 늘리는 것이어서 72개월 대출이 60개월보다 총비용이 더 든다는 점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저축자: 예금 금리 상승… 다만 '계단으로 오르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간다'
금리 인상은 통상 고금리 예금 계좌와 CD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클링겐스미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현금, CD, 우량 채권을 보유한 가계는 더 많은 이자 수입을 얻게 되며, 저축이나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맷 슐츠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예금 계좌의 금리가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오를 것이며, 인상 이후 새로 넣은 돈뿐 아니라 기존 잔액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은 카드 금리를 올릴 때만큼 예금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예금 금리는 계단으로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온다면서도, 느리더라도 어떤 인상이든 비상자금이나 저축 목표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지금 할 일: 금리 인하 요청하고 고금리 예금 계좌 열기
맷 슐츠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가 재정 상태를 개선할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대출 기관에 금리 인하를 요청하는 것이다. 허황돼 보이지만 올해 초 렌딩트리가 미국 소비자 2,000명을 조사한 결과 APR 인하를 요청한 카드 보유자의 84%가 실제로 인하를 받았다.
둘째, 고금리 예금 계좌를 여는 것이다. 온라인 은행과 신용조합의 금리를 비교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너드월렛에 따르면 현재 최고 수준의 고금리 예금 계좌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연 4.21%의 수익률을 제공하며, 이는 전국 평균 0.38%의 11배에 달한다. 슐츠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금리에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대출이든 예금이든 발품을 팔아 최적의 금리를 찾는 것이 그 힘을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0% 잔액이전 카드나 저금리 개인대출로 빚을 갈아타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윌리엄스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금리로 옮겨갈 수도 있으므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카드 고금리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빚을 갚는 것이다. 여의치 않다면 최소 납입금이라도 제때 내야 한다. 윌리엄스 솔로펀즈 공동창업자 겸 사장은 연체하면 이자가 다르게 불어난다며, 보유한 부채 가운데 가장 비싸거나 변동성이 큰 것부터 우선 상환하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