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 원인을 이란 전쟁으로 정면 지목하며 워싱턴 정가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현직 부통령이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에 이토록 날카롭게 공개 반기를 든 것은 최근 미국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 발언이 2028년 대선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
JD 밴스 부통령은 어제 11월4일 수요일 X(구 트위터)에 올린 600자 분량의 치밀하게 계산된 것으로 보이는 성명에서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상원의원직을 6년간 잃을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솔직히 주장하라. 동의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그건 정직한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투표일 당일이었던 3일 화요일 밤과 그 다음 날이었던 어제 수요일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하원과 상원을 민주당에 넘겨준 요인이 됐다고 인정했다. 이례적으로 트럼프는 중간선거가 "대체로" 전쟁으로 결정됐다는 JD 밴스 부통령의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같은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그가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막았고, 영원히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이었던 반전(反戰) 기류, 수면 위로
JD 밴스 부통령의 반전 기류는 워싱턴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올해 2월 테헤란을 공격한 이후 공개적으로는 전쟁을 지지해왔지만, 행정부 내부 회의에서는 반대 의견을 표명해왔다고 전해진다. 그 불일치가 처음으로 공개 무대로 나온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외교 정책 전문가 대니얼 바이먼은 "JD 밴스가 트럼프로부터 스스로를 분리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JD 밴스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트럼프와 대비를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줄타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전략가 애슐리 데이비스는 BBC에 "JD 밴스가 발끝으로 물을 살짝 건드려 반응을 보는 것"이라고 평했다.
2028 대선 로드맵 같은 4가지 처방
전쟁 비판을 넘어 JD 밴스 부통려은 공화당이 유권자를 되찾을 명확한 4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①전쟁 종식 ②생활비·물가 집중 ③미국 우선주의 ④이스라엘과의 관계 재설정.
이 목록은 JD 밴스 부통령이 전국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 견지해온 세계관을 압축한 것으로, 미래의 대선 유세 핵심 논거처럼 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계산된 묵인
주목할 점은 평소 측근들의 절대적 충성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밴스의 이탈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은 성명을 올리기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리 보여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의 대선 행보에 어느 정도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모두를 여러 차례 칭찬했지만, 지지 선언 시점이나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헌법상 금지된 3연임 가능성까지 흘리며 후계 구도를 둘러싼 추측 게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다.
JD 밴스 부통령의 이번 성명이 역사적인 한 줄로 기록될지, 아니면 한때의 파장으로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2028년 포스트-트럼프 공화당을 둘러싼 레이스의 출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만큼은 워싱턴 정가 전반에 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