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항공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당분간 항공권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항공유 가격은 전쟁 초기 급등한 이후 봄철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름철 들어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 항공유 가격지수(Argus U.S. Jet Fuel Index)에 따르면 지난 4월 갤런당 4.88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6월 2.7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17일 기준 갤런당 4.53달러까지 다시 반등했다.
이 같은 급격한 변동성은 항공사의 장기적 경영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며 운임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렛 하우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항공사 입장에서 유가 수준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이라고 분석했다.
미 교통통계국(BTS)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왕복 항공운임(수하물, 좌석 지정 등 선택 수수료 제외)은 지난해(2025)년 4분기 405달러에서 올해 1분기 428달러, 2분기 436달러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노동부 발표에서도 8월 전국 항공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23%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예약 플랫폼 하퍼(Hoppe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국내선 왕복 항공권 평균 가격은 각각 402달러, 452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31%, 23% 상승해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유 가격과 항공권 가격 간의 시차(Time lag)를 지적한다.
항공사는 통상 수개월 전에 운항 스케줄을 확정하고 항공권을 미리 판매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유가 폭등 시 이미 판매된 티켓에 비용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추후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이전의 연료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을 한동안 높게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이크 레스키넨 유나이티드 항공 CFO는 "연말 티켓의 35%가 이미 예약된 상태에서 유가가 재상승했다"며 "인상된 연료비를 회수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치코 캠퍼스의 스티븐 트리너 재무학 교수 역시 "항공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리려면 항공유 가격이 오랜 기간 하락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전체 항공사 운영비 중 연료비 비중이 지난해 25% 수준에서 3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메리칸 항공의 데번 메이 CFO는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센트 오를 때마다 분기당 약 1,0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4분기에만 약 10억 달러의 연료비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용 부담이 커지자 유나이티드 항공, 아메리칸 항공, 서스웨스트 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항을 감축하고 신규 증편 계획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출발 직전 항공권을 구매하는 승객들의 부담은 더욱 커져, 알래스카 항공의 특정 당일권 운임은 일주일 만에 21% 급등하기도 했다.
중동 내 정유 시설 파괴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 공장 공격 등으로 인한 디젤과 항공유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수개월 내에 항공권 가격이나 유류할증료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