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독설 해설가' 짐 크레이머가 AI 관련주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패닉 매도는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지금은 바닥이 아니다"
짐 크레이머는 어제(11월5일) 방송에서 "오늘의 급락이 바닥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진 것이 AI 인프라 투자 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어제 AI 인프라 관련주는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무려 17%, 에너지 솔루션 기업 GE 베르노바는 7%,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 샌디스크는 22% 급락했다. 이 세 종목 모두 전날인 4일 수요일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차트엔 지지선이 없다…하지만 닷컴 붕괴와는 본질이 다르다"
크레이머는 기술주, 특히 반도체 종목에서 아직 뚜렷한 주가 지지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올라올 때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 상황이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질서 정연한 하락이다. 2000년과 달리, 지금 이 기업들은 대부분 실제로 돈을 버는 회사들이다. 다만 주가가 너무 과하게 올랐을 뿐이다."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무한히 지속될 것이라고 과도하게 낙관했던 것이 거품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닷컴 버블 당시엔 실체 없는 기업들이 무너졌지만, 지금은 수익성을 갖춘 기업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부풀었던 것을 되돌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진짜 걱정은 네오클라우드의 부채"
짐 크레이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빅테크가 아니라 코어위브, 아이렌, 네비우스 같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다. 이들은 외부 자금을 빌려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확장해 왔는데, 규제 강화로 인한 허가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부채 상환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그게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지금 당장 의미 있는 규모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부채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과 연결돼 있다는 게 문제다. 그 정도로는 시장 전체를 침몰시킬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
"밴드에이드는 한 번에 떼는 게 낫다"
크레이머는 오히려 이번 급락이 AI 버블의 과잉을 빠르게 해소하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인 측면도 짚었다. "매일 조금씩 천천히 떼어내는 것보다, 밴드에이드를 한 번에 확 떼어내는 게 낫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히려 이런 급락을 환영한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현금을 보유할 것을 권고했다. 반도체 주식은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금리 하락 흐름,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 이란 전쟁 종전 가능성 등이 중기적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현금이 있으면 패닉 매도도 하지 않고, 지나치게 안주하지도 않는다. 냉정한 판단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시장은 항상 회복됐다."
짐 크레이머는 누구인가?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CNBC의 간판 주식 투자 프로그램 '매드 머니(Mad Money)'의 진행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거침없는 종목 추천과 직설적인 시장 논평으로 미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금융 방송계의 유명인사다. 그의 발언은 종종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크며, 맞히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해서 월가 안팎에서 항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