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을 사고팔 때 부동산 중개사 계약서에 슬그머니 끼어드는 이른바 '정크 수수료(junk fee)'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백 달러에서 1,000달러를 넘는 경우도 있는 이 비용은 명확한 근거 없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서에 숨어 있던 425달러

공영라디오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중부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교외에 사는 켈리 맥도널드는 올해(2026년) 초 고양이 두 마리, 개 한 마리, 남자친구와 함께 살던 방 하나짜리 임대주택을 떠나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중개사를 신뢰했지만,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어머니에게 계약서 검토를 부탁했다.

어머니는 계약서에 붙은 425달러(약 59만 원)의 정체 모를 수수료를 발견했다. 맥도널드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문의하자 곧바로 "정크 수수료"라는 경고가 돌아왔다.

40만 달러를 훌쩍 넘는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에 비하면 425달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수수료는 30년 모기지에 분산되지 않고 잔금 지급(클로징) 시점에 현금으로 즉시 내야 해, 계약금과 검사비를 겨우 마련한 구매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이름은 제각각, 근거는 불분명

이 수수료는 '서류 보관비', '행정 수수료', '규제 준수 비용' 등 다양한 명목으로 청구된다.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에게 부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싱크탱크 '소비자정책센터(Consumer Policy Center)'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택 거래 당사자들이 이런 수수료로 지불하는 금액은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이르며, 이마저도 보수적인 추산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웬디 길치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이 비용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거나, 당연히 자신이 내야 하는 비용이라고 들어왔다"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들조차 "탐욕스러운 돈벌이"

정작 현장의 중개사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플로리다 남부에서 15년째 활동 중인 중개사 에이프릴 그린은 "나도 겪어봤는데 형편없는 관행"이라며 "그냥 495달러쯤 붙여놓고, 이유는 그럴 수 있으니까였다"고 말했다. 중개사들은 주택 거래당 1만 달러가 넘는 수수료를 이미 받는 만큼,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탐욕"이라는 것이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일부 중개사들이 이 수수료를 "짜증 나는", "멍청한" 관행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수수료는 중개 법인이 소속 중개사에게 부과하고, 중개사가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중개 법인들이 우수 중개사를 영입하기 위해 수수료 배분율을 높여주는 대신, 줄어든 수익을 고객 대상 수수료로 메운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중개사는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직접 부담하기도 한다.

공식 통계는 부족하지만, 소비자정책센터는 현재 대부분의 주택 거래에 이런 수수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도 커져 클로징 때 1,000달러 이상을 추가로 내는 경우도 있다.

"계약서 꼼꼼히 보고 따져라"

웬디 길치 연구원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계약서에서 명칭이 다양한 행정 수수료를 찾아내 이의를 제기하라고 조언한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수만 달러에 이르는 중개 수수료를 몇백 달러짜리 추가 비용 때문에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없어,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 물러선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 전 과정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길치 연구원은 이런 수수료가 적절한 고지 없이 클로징 며칠 전, 심지어 몇 시간 전에 추가되는 사례도 확인했다.

플로리다의 주택 구매자들은 올해 대형 중개 법인 컴패스(Compass)가 '거래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부과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자진 취하했다. 컴패스는 NPR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중개사와 중개 법인을 대표하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회원들이 "고객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하며, 여기에는 모든 계약 내용을 명확히 설명·고지하고 사실을 왜곡하지 않을 의무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개사가 냈어야 할 돈"

켈리 맥도널드는 결국 벽난로와 넓은 마당이 있는 조용한 모퉁이의 침실 5개짜리 주택을 44만 5,000달러에 구입했다. 처음 계약서에 있던 425달러 수수료는 끝내 내지 않았다. 대신 협상을 통해 판매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는 "판매자가 대신 냈다는 게 조금 미안하다"면서도 "그 돈은 중개사가 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