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낙태를 둘러싼 다음 격전지는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되고 있다. 낙태를 금지할 권리가 있는 보수 주의 권한이, 접근권을 보장하려는 진보 주의 권한보다 우선하는가.

루이지애나 주는 오늘(9월9일) 뉴올리언스 제5연방항소법원에서 열리는 구두변론에서 원격진료 처방과 우편 배송을 허용한 연방식품의약국(FDA)의 미페프리스톤 관련 규정이 주 내 낙태 금지를 집행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오늘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 소송이나 플로리다·아이다호·캔자스·미주리·텍사스가 제기한 유사 소송 중 하나라도 승소할 경우 낙태가 합법인 주에서도 온라인·우편 접근이 사라져 수백만 명이 의존해온 방식이 차단될 수 있다.

"금지는 인정하지만, 우리 주에 손대지 말라"

낙태권 옹호 진영과 민주당 소속 주 정부 관계자들은 공화당 측이 '주의 권리'를 내세우면서 정작 다른 주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반발한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주 법무부 장관은 루이지애나의 금지법 자체는 받아들이지만 다른 주까지 규제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타 장관을 비롯한 21개 주와 워싱턴DC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번 소송이 낙태를 금지한 주들의 정책 선호를 낙태 접근을 보장하기로 한 다른 주들의 동등한 주권적 결정 위에 부당하게 올려놓는다고 지적했다.

2022년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미국은 낙태를 금지·제한한 공화당 주들과 우편 처방약 및 시술 접근을 보호하는 법을 마련한 나머지 주들로 나뉜 복잡한 구도를 형성해왔다. 이번 소송은 그 균형을 흔들 수 있다.

낙태 문제를 각 주에 돌려주자고 주장했던 보수 진영 상당수는 원격진료 확대로 전체 낙태 건수가 오히려 늘자, 소송과 입법, 규제를 통해 연방 차원의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의 논리와 반론

루이지애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채택된 규정, 즉 대면 진찰 없이 의사가 낙태약을 처방하고 발송할 수 있게 한 규정 때문에 약이 주 경계를 넘어 배송돼 자체 금지법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한다. 루이지애나 주 측은 해당 규정이 금지법 무력화를 겨냥한 것이라고도 했지만, 원격 처방은 2021년 하와이 주민들이 섬 간 이동 부담을 이유로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대법원 판결 이전에 시작됐다.

루이지애나를 대리하는 보수 법률단체 '자유수호연맹(ADF)'의 가브리엘라 매킨타이어 변호사는 이번 소송이 낙태에 우호적인 주를 포함해 전국의 온라인·우편 접근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부 지역에만 배송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다만 그는 원격 처방이 폐지되더라도 진보 성향 주들은 여전히 자체 규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주 관계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우편으로 약을 받는 모든 환자가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면, 이미 줄어들고 있는 진료소들이 감당하지 못해 각종 의료 서비스의 대기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결과 의도치 않은 임신과 성병이 증가하고 암 검진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타 장관은 캘리포니아 동부 시에라 지역처럼 가장 가까운 낙태 시술 기관에서 약 320km 떨어진 농촌 주민들이 원격진료 없이는 합법적으로 보장된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합법 주에서도 원격 낙태 비중 최대 44%

원격진료 낙태는 금지 주에서 가장 크게 늘었지만, 낙태가 허용된 주에서도 전체 낙태의 최대 44%를 차지한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처럼 비중이 10% 안팎인 주에서도 연간 수만 건에 달한다.

낙태권 옹호 성향 싱크탱크 굿마커 연구소의 데이터 과학자 아이작 매도-지멧은 원격 낙태가 다수의 방식은 아니더라도, 진료소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처럼 다른 방법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료소 앞 시위대와의 마주침이나 지역사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원격진료를 택하는 환자들도 있다.

낙태 합법 주 21곳에서만 운영하며 금지 주로는 약을 보내지 않는 원격 낙태약 제공업체 '카라펨'의 멜리사 그랜트 대표는 환자들이 사생활 보호와 편의성, 신속함, 불필요한 이동 회피 등 다른 원격의료와 같은 이유로 이 방식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카라펨이 지난해 진료한 약 3만 명 중 83%가 원격진료를 택했다. 원격 낙태는 진료소나 병원에서 같은 약을 받는 것보다 수백 달러 저렴하고, 교통비와 보육비 등 부대 비용도 들지 않는다.

비용 공방

비용은 양측 공방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루이지애나는 소장에서 약 복용 후 후속 치료를 받아 메디케이드 예산이 지출된 두 건의 사례를 들며, 원격·우편 접근이 주 재정에 구체적인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주 정부들은 원격 낙태의 합병증 위험이 대면 처방과 다르지 않다는 다수 연구를 인용하며, 접근을 제한하면 메디케이드 절감액보다 훨씬 큰 비용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약물 낙태는 가장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임신 초기 낙태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를 막으면 더 늦은 시기의 낙태가 늘어 의료 위험과 비용이 커진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진료소가 없는 농촌의 저소득 여성들에게 원격 낙태의 상실은 사실상 전면 금지와 같으며, 원치 않는 임신을 유지해야 하는 이들이 늘면서 출산·영아 건강 악화, 빈곤 증가, 부모와 자녀 모두의 교육 성취 저하 등 사회적 부담이 진보 주의 복지 체계로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