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예측해 '빅쇼트(Big Short)'의 주인공이 된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AI 버블 붕괴 시점을 앞당기며 베팅 전략을 대폭 강화했다. 그는 공매도 포지션에서 풋옵션으로 전환해 단기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식으로 AI 거품 붕괴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
"타임라인 앞당긴다… 풋옵션으로 레버리지 강화"
마이클 버리는 어제(9월28일) 월요일 발행한 투자 뉴스레터에서 "근본적으로 내 타임라인을 앞당기고 있다. 그에 따라 공매도 포지션에서 더 많은 레버리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짧아진 타임라인은 레버리지를 더 감수할 만하게 만들고, 레버리지 수단으로는 풋옵션만한 게 없다. VIX 같은 변동성 지표가 매우 낮아 현재 풋옵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포지션 변경은 절세 목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AI 버블이 생각보다 빨리 터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마이클 버리의 새 포지션 구성은 이르면 내년(2027년) 여름 전에 AI 관련 주식들이 급반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이크론·팔란티어·반도체 ETF에 풋옵션 집중
마이클 버리는 구체적인 포지션 변경 내역도 공개했다. 마이크론(Micron) 공매도 포지션은 행사가 500달러대, 만기 2027년 6월의 풋옵션으로 교체했다. 네비우스(Nebius) 공매도 포지션도 만기 2027년 6월의 두 자릿수 행사가 풋옵션으로 대체했다. iShares 반도체 ETF(SOXX) 공매도 포지션은 행사가 400달러 초반대, 만기 2027년 9월의 풋옵션으로 전환했다.
팔란티어(Palantir)에 대해서는 기존 공매도 및 풋옵션 포지션을 만기 2027년 9월, 행사가 100달러 초반대의 확대된 풋옵션으로 대체해 베팅 규모를 더욱 키웠다.
"AI 자본 지출, 검증되지 않은 수익에 의존"
마이클 버리는 이같은 자신의 풋옵션 전환 결정과 관련해서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의 최근 보고서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는 현재 AI 붐이 '지속적인 AI 자본 지출'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AI 수익이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 지출 기대에 못 미치는 시즌이 단 한 번만 와도 충분하다. 그 시나리오에서 자본을 가장 확신 있는 베팅에 재배치하는 성향을 가진 소수의 이사회가 '가장 확신 있는 베팅'의 대상이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법적 문서들은 이미 그 결정을 상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리는 또한 에이서(Acer)의 제이슨 천(Jason Chen) CEO가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경기 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 발언도 인용했다. 천 CEO는 "어떻게 지속적인 공급 부족이 있을 수 있겠나. 중국의 생산 능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공급 부족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내내 약세론 견지했지만… 주가는 신고가
마이클 버리가 AI와 기술주에 대해 약세론을 펼치는 동안에도 증시는 계속 올랐다. 그는 지난 5월 "주식 시장이 1999~2000년 버블의 마지막 몇 달처럼 느껴진다"고 경고했지만,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개별 종목들은 아직 전고점에서 상당 거리가 있다. 마이크론은 사상 최고가 대비 16% 낮은 수준이고, 팔란티어도 최고가 대비 약 10% 아래에 머물고 있다.
버리의 이력이 주목받는 이유
마이클 버리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주택 시장 붕괴에 대규모로 베팅해 큰 수익을 올린 인물로,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다. 이번 달 초에도 마이크론, 네비우스, SOXX에 대한 공매도를 확대하기도 했다.
마이클 버리의 경고가 다시 한번 틀릴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그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질 것인지. AI 붐을 둘러싼 낙관론과 비관론의 충돌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