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500억 달러(약 202조 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AI 공급망 정점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엔비디아가 주주 환원을 대폭 강화하며 장기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플 기록 넘어 미국 역대 최대

엔비디아는 월요일 이사회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1,5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승인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2024년 수립한 1,100억 달러의 종전 미국 기업 최대 자사주 매입 기록을 가뿐히 넘어서는 수치다. 이번 승인으로 엔비디아는 2028년 1월 이전까지 최대 **2,350억 달러(약 317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게 됐다.

발표 당일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4% 상승했다.

젠슨 황 "AI가 만들어낸 세대에 한 번 있는 기회"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 겸 CEO는 "이번 계획은 AI가 가져올 장기적 기회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성장은 AI와 가속 컴퓨팅으로의 세대에 한 번 있는 플랫폼 전환이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현금 창출 능력 덕분에 이 변혁을 앞당기는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도 자본을 돌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붐 수혜 극대화… 수익 급증세

엔비디아의 이번 결정은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점에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AI 투자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챗GPT,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등 주요 대형 언어 모델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적 면에서도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올해 매출은 약 9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 회계연도(1월 마감 기준)에는 잉여현금흐름이 약 1,000억 달러에 달했으며, S&P 글로벌 비저블 알파(Visible Alpha)의 컨센서스 추정치에 따르면 2028 회계연도에는 이 수치가 **3,290억 달러(약 444조 원)**로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순이익도 현 회계연도에 약 2,45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나고, 2028 회계연도에는 **3,870억 달러(약 5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2022년 말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1,200% 이상 급등했다. 오픈AI, 앤트로픽, 스페이스X 같은 AI 경쟁의 선두 주자들도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며, 자체 AI 칩을 보유한 구글조차 클라우드 부문을 통해 엔비디아 제품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

성장 둔화 신호? 시장은 주시 중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이 자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동시에 대규모 주주 환원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기업에서 나타나는 성장 둔화의 전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는 2026년 들어 다소 주춤한 상태다. 올해 들어 약 20% 오르는 데 그치며 AI 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애플이 2024년 1,100억 달러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을 당시 아이폰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에서 비롯된 막대한 수익은 유지되고 있었다. 반면 엔비디아는 매출이 여전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 엔비디아가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으로 AI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AI 투자 붐이 지속되는 한 엔비디아의 독주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성장 모멘텀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