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업들의 가격 책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호텔은 고객의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을 다르게 제시하고, 항공사는 검색 기록을 분석해 항공권 가격을 조정하며, 마트는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얼마까지 낼 의향이 있는지 실험한다.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책정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소비자 옹호 단체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러티브(Groundwork Collaborative)'의 수장이자 신간 《바가지: 공정한 가격의 종말, 그리고 당신의 지갑에 미치는 영향(Gouged: The End of a Fair Price—and What That Means for Your Wallet)》의 저자 린지 오웬스(Lindsay Owens)는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빅테크가 바가지를 재발명하는 것"이라며 "오래된 수법이 새로운 기술로 강화된 것"이라고 경고한다.
린지 오웬스는 기업들이 숨기려는 가격 조작 전략을 파헤치고,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 쇼핑 앱 사용을 피하라
많은 소매업체가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쇼핑하면 할인이나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린지 오웬스는 그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로그인한 상태로 쇼핑하면 위치 정보, 구매 이력은 물론 "클릭했다가 사지 않은 것"까지 기업에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소비자는 5달러에 살까? 7달러에? 12달러에?"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한계 가격'을 탐색하는 실험을 벌인다.
린지 오웬스는 "당신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할인 축소나 더 높은 가격 책정 등 가격 결정에서 잠재적으로 당신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2. 비교 쇼핑의 새로운 방법을 배워라
예전의 비교 쇼핑은 여러 가게를 돌며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개인 맞춤형 가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린지 오웬스는 큰 금액이 오가는 구매를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다양한 조건에서 가격을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 여러 기기에서 가격 확인
- 로그인 상태와 로그아웃 상태 각각 확인
- 일반 모드와 시크릿(인코그니토) 모드 각각 확인
- VPN 사용 여부에 따라 확인
- 주변 친구에게도 각자 기기로 가격을 확인해달라고 요청
예컨대 항공권을 살 때 본인 기기, 친구 기기, 시크릿 모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을 비교해보면 의외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3. 기업이 당신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어라
브라우저 데이터와 쿠키를 정기적으로 삭제하라. 구매 전에 이 데이터를 지우면 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없다고 린지 오웬스는 설명한다. 앱에 부여한 권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위치 정보 접근을 허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앱 간 데이터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자.
또한 VPN을 활용해 위치 정보를 숨기거나 바꾸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오웬스는 "VPN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직접 가격 실험을 해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 접속할 때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접속할 때 가격이 다른지 비교해보라"고 제안했다.
4. 가능하면 직접 매장을 방문하되, 대형 마트도 방심하지 마라
배달 앱 대신 식당에 직접 전화해 주문하고 찾아가는 것, 차량 공유 앱 대신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것, 대형 마트 대신 동네 소규모 가게를 이용하는 것 모두 알고리즘 가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정교한 알고리즘 기반 가격 실험"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오프라인 매장도 이제 안심할 수 없다. 대형 마트와 식료품점에 전자 가격표(전자 선반 라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가격을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아예 가격표를 없애버리는 소매업체도 늘고 있다. 오웬스는 "가격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예산이 빠듯한 사람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규제 움직임도 시작돼
다행히 일부 주(州)에서 개인 맞춤형 가격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메릴랜드 주는 오는 10월 1일부터 식료품점과 제3자 배달 서비스에서의 개인 맞춤형·동적 가격 책정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하며, 다른 주들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 중이다.
구매 전 체크리스트: 이것만 확인해도 돈을 아낄 수 있다
- 여러 기기에서 가격을 비교했는가?
- 로그인·로그아웃 상태 모두 확인했는가?
- 시크릿 모드와 VPN을 활용해봤는가?
- 주변 사람에게도 가격을 확인해달라고 했는가?
- 쿠키와 브라우저 데이터를 삭제한 후 검색했는가?
이제 부지런하고 스마트한 소비자가 돼야 바가지를 피할 수있는 시대를 맞고 있다.
